도널드 존스턴 < OECD 사무총장 >

건강은 글로벌 커뮤니티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우리는 모두 몹쓸 병에 의해 일찍 목숨을 잃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보노라면 암으로 인한 가장 큰 고통은 육체적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임을 알게 된다.

비통함과 우울함, 그리고 ''왜 하필 나인가''라는 생각 등은 환자를 비참하게 만들고 중간중간 들려오는 신통찮은 검사결과 소식들은 육체의 고통마저 배가시킨다.

그러나 이런 고통은 주위의 노력으로 상당히 경감될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지 친구, 그리고 사회 공동체 등이 모두 협력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은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괴로움을 가져다 주며 상당히 많은 경우 사회적인 배척까지도 유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관계 차원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도 지대하다.

이는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술적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보건 영역을 혁신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역동적인 경제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이다.

보건은 공공정책중에서도 핵심 이슈다.

OECD 회원국에서는 평균 국가 소득의 10%가 보건 분야에 투자된다.

그러나 대중의 보건 수준은 평균적으로 올라갔지만 그 안에서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은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사람들이 조기 사망과 질병의 희생양이 된다.

따라서 보건 영역의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치료에의 접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OECD 국가들은 물론이고 전세계가 가진 공공정책의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OECD가 투자하는 보건 영역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것이 애널리스트들이 애용하는 의료 데이터베이스다.

회원국에 대한 경제 상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보건 시스템을 평가, 정리한 자료를 모아놓은 것이다.

또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최근 이뤄진 진보에 따른 새로운 연구과제 규명, 지역 환자 지원망의 구축 등도 OECD가 추진하는 주요 임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많은 발전이 이룩됐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기간이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국가들은 자격을 갖춘 의료진의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유선 조영(造影) 촬영술이라든지 방사선 치료기기들도 일부 국가들에 편중되어 있다.

종합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한 질병 치료로 삶의 질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는 있지만 나라마다 수준 차이가 심하다.

같은 병이라도 환자들이 가지는 치료의 질과 비용의 수준이 저마다 다르다.

보건분야의 과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협력해야만 한다.

OECD는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고 인류의 공통된 숙제를 풀고자 애쓰고 있다.

이러한 연대는 비단 정부기관들 사이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각국의 의료 교육이나 연구 분야의 발전은 전문가 또는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튼튼한 네트워크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수많은 비정부기구들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 퇴치에 앞장서서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다스릴 수 있는 힘과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는데 공헌하고 있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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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최근 유네스코(UNESCO) 주최로 파리에서 열린 ''세계 암퇴치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