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리즘의 원리가 전면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리즘의 원리만으로는 결코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주의의 추진으로 효율성은 확보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수반되는 빈부격차나 공공성의 문제,그리고 실업자의 양산과 같은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응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전을 통한 번영과 함께 부작용을 완화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국가전략의 대전환''(류상영 외 지음,2만5천원)은 바로 이같은 우리의 절실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아직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내지도,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하나의 나침반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부터 탈피하였지만 아직 경제위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이른바 시장순응형의 국가 주도적 발전 모델이 심각한 역기능에 처한 상황에서 아직 이렇다할 대안적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이 우리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가전략의 대전환''은 모델 부재의 시대상황 속에서 벤치마킹을 통한 국가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글로벌리즘에 대응하는 미국 등 전통 강국들은 물론 일류 소국들의 성공적 경험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전략 방향을 도출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지나치게 임시방편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던 우리의 위기처방전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종합적인 판단과 계획의 나침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모델을 만들기 전에 각국의 경험들을 분석하여 여기서 추출된 전략적 사고와 수단 및 절차를 우리의 전략적 사고와 계획 속에 종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책은 우리의 국가전략 범주를 안보,번영,조화의 세가지로 제시한다.

또 이러한 전략 달성을 위한 전환기적 환경을 글로벌,디지털,그리고 네트워크의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 일류 소국들의 발전모델을 준거로 새로운 한국형 발전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응하면서도 우리의 장점과 다양성을 살리는 전략과 함께 핵심역량을 창조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국가전략 논의가 이제 더 한층 발전하여 민족전략의 토대까지 마련해 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장달중 서울대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