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프로그램 견본시장인 NAPTE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이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을 접해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애니메이션업계가 해외배급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다.

해외시장개척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홍보,기획력이 뒷받침되는 마케팅,외국인자문을 고용하는 전문적인 컨설팅시스템의 도입이 긴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다음은 주요 설문결과다.

안상욱기자 sangw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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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산업의 시장규모가 급팽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인터넷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과 접목되면서 오프라인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위성방송 등 통신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창의적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영화 음악 캐릭터와 함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애미메이션은 밤 하나로 군밤 알밤 찐밤을 만들듯이 캐릭터를 만들고 영화를 제작하고 동영상도 할 수 있다.

하나의 원천소재로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one source multi use"의 특징이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

<>시장규모=현재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시장규모는 공식적으로는 3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99년 기준으로 수출 9백억원,일본지역 작화수출 1백50억원,국내기획창작 1백60억 등 1차시장만 1천3백억원이고 비디오 유선방송 캐릭터 등 연관산업을 감안할 때 3천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제작 상영 TV방영 부대사업까지 합치면 시장규모가 5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체수는 약 2백개로 집계되고 종사자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4년제대학및 2년제 대학의 애니메이션관련 학과 50개를 넘어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열기로 한신코퍼레이션 코코엔터프라이즈 등 코스닥 기업과 플러스원 같은 제3시장업체가 등장했다.

또 대원C&S 동우애니메이션 컬쳐901 등 코스닥을 준비중인 기업들로 생겨나 증시에서도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이슈=애니메이션산업에서 최근 가장 큰 변화는 하청에서 창작으로의 전환이다.

30년 넘게 미국 일본 등에서 하청을 받아 만화를 그려주다 보니 제작규모로는 세계 3위규모로 성장했으나 가장 큰 주문자인 미국의 기획제작사들이 최근 하청물량을 인건비가 싼 동남아 중국등으로 전환하면서 주문물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애니메이션업체는 자체 창작물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프로그램 견본시장에 평균 20개이상의 업체가 자체 창작제품으로 참여해 해외전문가들의 주목을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두번째 큰 흐름은 벤처기업의 대거 등장이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업체는 몇몇 선발업체를 제외하고는 기업규모로는 "하꼬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3차원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불식되고 있다.

3D애니메이션은 네티즌의 증가와 디지털분야에 대한 투자증가로 장편영화와 TV시리즈부문까지 진입하고 있다.

3D애니메이션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과 기술경쟁력이 확보된 분야라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합작물량이 증가하는 점도 큰 변화다.

창작물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제작비가 확보되지 못하자 해외제작사와 공동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과제=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업계는 몇가지 구조적 취약점을 갖고 있다.

우선 인력확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50개가 넘는 대학이 애니메이션학과를 두고 있지만 낮은 급여수준 등을 이유로 애니메이션업계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방송 이벤트 캐릭터 등 유관분야로 진출하는 일이 더많다.

또 하청에 익숙해져서 기법이나 기술은 인정받는데 시나리오가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허술해 호소력이 없는 약점이 있다.

창의력이 생명인 산업에서 창의력과 국제시장에 호소할 수 있는 보편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두번째로 마케팅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30년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전문배급사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고 전문적인 마케터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이래서 기획은 한국에서 하고 제작과 마케팅는 외국에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