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낙동강변에서 우연히 만난 네 아버지는 평양에서 방송예술학 강좌장을 지내다 암으로 99년 이 세상을 떠나셨다."

김복겸(52.서울 은평구 신사동)씨는 삼촌인 북한 집단체조의 거장 김수조(69)씨로부터 전해들은 비보에 망연자실했다.

아버지 생전에 쓴 편지와 붓을 접한 복겸씨는 함께온 여동생 3명의 손을 꼭 잡은 채 무너지는 가슴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내 사랑하는 복겸아. 언제나 너희들 생각에 아버지는 날마다 깊은 잠을 들수 없구나.

아버지 자식답게 살길 바란다.

그래야 이 아버지는 눈을 감을 수 있다.

97년1월 아버지가"

수조씨가 붓으로 직접 쓴 형 수희씨의 편지를 차분히 읽어내려가자 남측 가족들은 끝내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전쟁통에 행방불명된 두 삼촌 수영, 수익씨도 각각 충주감옥과 전선에서 사망했다는 연이은 비보에 상심한 가족들에게 반세기만에 나타난 북의 삼촌은 "이렇게 좋은 날 우는 것은 네 아버지 뜻이 아니다"라며 북에서 준비해온 선물꾸러미를 하나둘씩 풀며 조카들을 달랬다.

김수조씨가 손수 연 상자 3개에 들어있던 것은 도자기 화분에 담긴 김정일화 3포기. "조카들 만날 생각에 석달전 부터 직접 키운 거야. 복겸아, 어서 이리와 봐라. 이 꽃이 바로 네 아비 뜻이다.

"북한에서 최고영예로 통하는 ''공화국 영웅''칭호와 ''인민예술인'' 칭호를 받은 김씨는 현재 북한 유명 공연단체인 피바다가극단의 총장(단장).

지난해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무장관의 평양 방문당시에는 평양 5.1경기장에서 대규모 집단체조인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