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식성이 달라지고 있다.

올들어 왕성하게 사들인 대형 기술주의 비중은 줄이는 반면 개별 우량주로 타킷을 바꾸고 있다.

외국인은 26일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등 거래소시장의 "빅3"를 순매도했다.

"빅3"매도세와 달리 한편에선 제일제당 삼양제넥스 S-oil 농심 제일기획등 개별 우량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성장주를 팔고 가치주를 사는 양상이다.

이는 지수관련 대형주의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일반인의 매기가 개별종목으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이틀간 지수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상승종목수가 훨씬 많은 것도 외국인의 "종목고르기(Stock picking)"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술주 비중축소=''빅3''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심리적인 지지선인 20만원이 붕괴됐지만 외국인의 ''팔자''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주요 지지선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함춘승 전무는 "나스닥시장의 하락세를 불안해하고 있는 외국인이 기술주의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통신주의 성장성 둔화 우려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수급측면에선 미 증시의 해외 뮤추얼펀드 자금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미국 뮤추얼펀드 중 인터내셔널펀드,이머징마켓펀드,아시아퍼시픽(일본제외)펀드 등은 3주연속 자금이 유출됐다.

이들 펀드에 환매(자금인출)가 생기면 한국시장에선 편입비중이 높은 대형 기술주를 먼저 축소할 수밖에 없다.

외국계증권사 브로커들은 나스닥의 상승세 반전과 첨단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빅3''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스톡 피킹(Stock picking)=외국인은 ''빅3''등 기술주 비중을 축소하면서 전체적으로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매수 종목은 늘어나고 있다.

포항제철 삼성SDI 신세계 현대자동차등 가치주에 대한 연초부터의 매수세가 최근 들어 제일제당 삼양제넥스 농심 제일기획 하이트맥주 등 중소형 우량주로 확산되고 있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대형주에서 수익을 기대할수 없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스톡피킹에 나서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박용상 부장은 "최근 미국 경기가 ''V''자형이 아니라 ''U''자형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미국 시장에서도 성장주보다 가치주,대형주보다 소형주로 매기가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초엔 금리인하가 모멘텀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추가금리 인하가 연초와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기 힘들 것 같다"면서 "중소형주 위주의 스톡피킹 작업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심종목=외국인 매수종목 가운데 포철등 몇몇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수관련주다.

이날 외국인이 정보통신 관련주(KOSPI IT)를 6백54억원 순매도했지만 음식료업종을 1백3억원 순매수한 데서 드러나고 있다.

농심 제일제당 삼양제넥스 하이트맥주 제일기획등이 그렇다.

박관종 태광투신운용 운용역은 "외국인은 가격 메리트와 함께 시장점유율이 높아 향후 실적전망이 안정적인 내수관련 우량주를 입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로먼스미스비니의 함 전무는 "중국 인민폐와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수출관련주가 알게 모르게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망도 한몫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