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를 타다 보니 뜻하지 않은 해프닝 또한 가끔 있다.

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져 투자자들 손실이 아주 심각했던 작년 어느 때다.

주식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불어 넣어주자는 취지의 TV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아 거의 반나절을 카메라 불빛 앞에서 진땀을 흘렸다.

그러고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평소 꽤 친분이 두터운 분인데 그 전 날 TV를 보셨다는 것이었다.

아,그 방송이 어제 나갔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 그 분 말씀이 이어졌다.

"주식은 안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 그 대목 때문에 아침부터 몹시 곤혹스럽다는 것이었다.

속내는 끝내 감추셨지만 분위기로 보아 위로부터 무슨 따가운 질책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투자를 장려해도 뭐할 판에 하지 마란 얘기가 버젓이 방송에 나오다니 어찌 된 일인가?

아마 이런 논의가 오갔던 게 아닌가 싶었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고 녹화 테이프를 구해 본즉슨 기막힌 "편집의 묘(妙)"가 범인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몸통만 불쑥 한 마디 따로 편집된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증권사 직원의 소행이었으니 충분히 화가 날 만도 해 보였다.

거꾸로 방송의 입장에선 "경각심"이란 면에서 최대 효과를 얻고 흐뭇해 하지 않았나 싶었다.

"주식투자, 이렇게 계속하시느니 차라리 지금 그만두십시오" 나는 그래도 때때로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도저히 습관이 안 고쳐지는 분들을 위한 일종의 충격 요법 차원에서다.

그리고 왜 그만둬야 하는가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령 네 사람이 고스톱을 친다 하자.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은 한 판도 안 죽고 계속 쳐야 되는 제한이 있다 하자.

물론 나머지 셋은 패가 나쁘면 돌아가며 쉴 수 있다.

이 경우 결과는 뻔하다.

절대 못 죽는 바로 그 사람이 제일 먼저 다 털리고 영원히 죽는다.

따라서 이 사람은 오래 앉아 팔 아프게 두드릴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아예 안 치는 게 득인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반 토막 난 패를 들고 내 본전 얼마를 외치며 끝까지 버티는 사람.

끝없는 하락장에 기어코 "열고(열Go)"를 부르며 출석률 1백%를 자랑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답이 이미 나와 있다.

절대 안 죽으려다 제일 먼저 죽는다.

그러니 용 쓰고 돈 잃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금리 5% 시대.

은행에 돈 갖다 맡겨도 왕복 차비 빼고 잔돈 몇 푼 남는 시대.

아무리 안 하는 게 낫다 해도 이제 주식을 안 할 수 없는 시대.

마침내 선택과목에서 필수과목으로 학제(學制) 개편이 된 것이다.

요는 성적이 좋아야 될 텐데 그간 점수를 너무 못 받아 자신이 없다.

최근 어느 환자의 고백처럼 이제는 주눅이 들어서도 더 이상 손이 안 나간다.

하지만 겁먹을 것 없다.

오히려 당당한 자신감을 가질 때다.

여태껏 치른 수많은 시험을 통해 적어도 틀린 답이 뭔지는 알지 않는가.

그리고 그 오답들만 피해 가면 정답은 절로 보이지 안겠는가.

쓰라린 실패를 거울 삼아 달콤한 성공을 엮어내 보자.

쉴 때와 뛸 때,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잘 가려 이 5% 금리 시대를 슬기롭게 이겨 보자.

김지민 < 한경머니 자문위원.현대증권투자클리닉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