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시가총액 상위사들의 수급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매물은 쏟아지는데 받아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일한 매수주체였던 외국인은 기술주의 실적악화에 따른 나스닥시장 불안으로 국내시장에서 발을 빼는 조짐이다.

작은 손으로 전락한 국내기관도 "사자"에 나설 형편이 되지 못한다.

이에따라 시가총액 상위사들이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스닥시장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 한 대형주의 수급구조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실적이 호전된 중소형 우량주를 선별적으로 매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형주 주가추이=외국인은 기술주에 대한 실적악화에 대비,반도체주와 통신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22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8백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전자 한국전력 등 블루칩이 표적이었다.

삼성전자는 CL증권 워버그증권 메릴린치증권 등의 창구를 통해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3.61%나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SK텔레콤도 4.21%나 하락,20만5천원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20만원선이 무너져 52주 최저치(19만8천원)근처인 19만9천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주가이동평균선도 역배열상태다.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이동평균 밑으로 처져있다.

이날 강보합세로 마감한 한국통신도 올들어 8만1천원까지 상승했으나 최근들어 상승분을 모두 까먹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관들이 SK텔레콤에 대해 손절매를 단행할 정도로 대형주의 수급은 최악의 상태"라고 평가했다.

장 사장은 "수급이 깨진 만큼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악화 배경=한마디로 외국인의 태도변화 때문이다.

외국인은 미국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아 투자에 나선다.

최근 미국증시는 통신주를 중심으로 첨단기술주에 대한 실적악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런 추세를 반영,국내 시장의 관련주식에 대해 ''팔자''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통신주를 내던지다시피한다.

홍현기 대한투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통신주들이 IMT-2000 사업자금 부담으로 급락추세를 보이면서 국내 통신주가 동반급락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 매물을 기관이 받아줄 수 없는 대목이 대형주의 수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실제 유동성이 보강되지 않는 점도 대형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통신주의 향방이 대형주 전체 수급의 방향타가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신주가 하방경직성을 보이면서 상승을 시도하면 시가총액 상위사 전반에 걸쳐 수급개선의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며 "나스닥이 추가하락하지 않으면 현 국면에서 외국인의 ''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도 "연기금펀드의 주식매수가 재개됐지만 단지 지지세력이 될 뿐"이라며 "내수관련 중소형 우량주에 대한 선별 매수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김 팀장은 "당분간 대형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게 낫다"며 "내수관련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