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그대로다 너"

몇년만에 마주친 그의 첫마디는 그랬다.

그대로다 그대로다 그대로다...

오, 그 꿀같은 달콤함이여.

해가 갈수록 "그대로다"의 당도는 높아만 간다.

학창시절 꽤나 인기 있었던 그도 여전했다.

어떤 여자한테서도 장점을 찾아내 올려주는 "기술"로 유명했던 그는 여전히 상대방이 바라는 말을 귀신같이 찍어낼 줄 알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좋은 곳"을 줄줄이 꿰고 있는 그가 앞장선 곳은 압구정동 수상 카페 "오엔(ON)".

잠실벌에 버려진 바지선을 개조했다는 오엔은 은색 철 프레임과 투명한 통유리가 어울린 외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밤이 되면 객장에 켜진 현란한 불빛이 반사돼 건물 전체가 보석처럼 빛난다.

호화유람선에 오르는 기분으로 들어선 건물엔 층별로 카페, 레스토랑, 바, 야외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2층의 카페부터 들렀다.

한남대교가 내다뵈는 창으로 간간이 푸른 강물이 부딪쳐온다.

경쾌하게 부서지는 물방울을 구경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커피는 6천~8천원.

맥주 7천원선.

프랑스 칠레 캘리포니아 등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와인도 즐비하다.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코스요리가 3만6천~4만3천원선.

미식가를 위한 바닷가재 요리도 마련되어 있다.

3층은 패션쇼나 야외결혼식 촬영 장소로 제공되는 "이벤트홀"과 야외 호프다.

낮에 한강을 벗삼아 간단하게 한잔 걸치기 그만이겠다.

1층에 있는 바 "스타클럽"의 분위기는 백미중의 백미다.

바로 곁에서 달빛으로 물든 한강이 출렁이고 멀리 불을 밝힌 남산타워도 근사하다.

밤한강의 묘한 마력속엔 아무리 "멍"한 눈빛도 그윽해 보일 정도다.

바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모든 식음료값에는 10% 부가세가 가산된다.

분위기에 빠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있다.

시종 유쾌하고 부드럽고 매너좋은 남자.

어찌하여 신은 "그"에겐 이런 미덕을 제공하지 않았단 말인가.

(02)3442-1540, 1582~3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