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주식투자 클리닉'] 수량 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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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
흰 도화지 앞에만 서면 막막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한번 이변이 있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
한참 그림을 그리는데 어깨넘어로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게 웬일인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이런 욕심이 생겼다.
"그래 내게도 숨은 재주가 있었구나.
이 참에 뭔가를 보여 드리자".
나는 하늘이 내린 그 신기(神技)를 한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 색 저 색,요 구석 저 구석 최상의 감각과 손놀림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잠시후 다시 와서 내 그림을 쳐다보시던 그 선생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잘 그린 그림을 왜 손을 대 망쳐 놨냐".
실망과 아쉬움,바로 그 자체였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여지껏 그때 일을 잊지못하고 있다.
주식도 하다가 보면 이런 일이 잦다.
무심코 산 주식이 뜻하지 않은 수익을 낼때,사람인 이상 욕심이 발동한다.
"운 좋았군"하고 그냥 놔두면 될 걸 이 기회에 한 번 단단히 수익을 챙겨보자고 곡예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대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결국 발을 헛디뎌 코가 깨진다.
그 전형적인 예가 소위 "수량(數量) 불리기"다.
지금 많이 올랐을 때 일단 팔고 내려오면 다시 사자는 전략이다.
그렇게 해서 같은 돈으로 주수(株數)를 늘리는 것이다.
정말 근사한 생각이다.
기본적으론 주식을 보유해서 큰 대세를 취하되 그 중간에 작은 파동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에 찬 발상이다.
그러나 주식에 있어 달콤해 보이는 생각은 거의가 해로운 생각.
이 기막힌 전략이 결국 패하는 건 대략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일단 고점에 판 주식을 낮은 가격에 다시 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도해서 또 성공한다.
그야말로 신기(神技)를 발휘하는데 돈도 늘고 수량도 불고 얼마나 기분이 흐뭇한지 모른다.
이대로만 가면 이 종목 하나만으로도 한동안 짭잘할 것 같다.
다시 세번째 시도.
저가에 매수주문을 내놓고 곧 잡히기만 기다리는데 이번엔 뜻대로 잘 안된다.
오락가락하던 가격이 갑자기 확 올라가버리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그림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팔았던 가격보다 더 높게 가면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못 산다.
입술을 태우며 기다리는 사람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가는 자꾸만 오른다.
그러다 잠시 가격이 주춤하는 틈을 타 참다 못해 매수에 들어간다.
세상에 뜻대로 안되는게 주식.
이 때부터 가격이 내려간다.
여전히 전체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다.
방금 다시 산 가격을 생각하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기다려 볼 걸 괜한 짓을 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쓰리다.
일이 이쯤되면 애당초 길게 보유하려던 계획은 눈 녹듯 사라지고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
사고 팔기를 되풀이 하다 결국은 점잖게 앉아서 벌돈을 부지런 떨다 다 까먹어 버린셈이다.
작년 말을 생각하면 요즘은 숨쉬기가 훨씬 편하다.
죽었던 목숨 다시 살려 줘서 지금은 덤으로 사는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배짱 또한 편하다.
그 편한 호흡과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지금은 좀 느긋하게 지낼 때다.
잘 될 때 지나치게 술수를 쓰면 복이 오다가도 돌아선다.
수량불리기,그 뜻은 좋으나 실패로 끝날 확률이 너무 높다.
김지민 < 한경머니 자문위원.현대증권투자클리닉 원장 >
흰 도화지 앞에만 서면 막막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한번 이변이 있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
한참 그림을 그리는데 어깨넘어로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게 웬일인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이런 욕심이 생겼다.
"그래 내게도 숨은 재주가 있었구나.
이 참에 뭔가를 보여 드리자".
나는 하늘이 내린 그 신기(神技)를 한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 색 저 색,요 구석 저 구석 최상의 감각과 손놀림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잠시후 다시 와서 내 그림을 쳐다보시던 그 선생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잘 그린 그림을 왜 손을 대 망쳐 놨냐".
실망과 아쉬움,바로 그 자체였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여지껏 그때 일을 잊지못하고 있다.
주식도 하다가 보면 이런 일이 잦다.
무심코 산 주식이 뜻하지 않은 수익을 낼때,사람인 이상 욕심이 발동한다.
"운 좋았군"하고 그냥 놔두면 될 걸 이 기회에 한 번 단단히 수익을 챙겨보자고 곡예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대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결국 발을 헛디뎌 코가 깨진다.
그 전형적인 예가 소위 "수량(數量) 불리기"다.
지금 많이 올랐을 때 일단 팔고 내려오면 다시 사자는 전략이다.
그렇게 해서 같은 돈으로 주수(株數)를 늘리는 것이다.
정말 근사한 생각이다.
기본적으론 주식을 보유해서 큰 대세를 취하되 그 중간에 작은 파동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에 찬 발상이다.
그러나 주식에 있어 달콤해 보이는 생각은 거의가 해로운 생각.
이 기막힌 전략이 결국 패하는 건 대략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일단 고점에 판 주식을 낮은 가격에 다시 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도해서 또 성공한다.
그야말로 신기(神技)를 발휘하는데 돈도 늘고 수량도 불고 얼마나 기분이 흐뭇한지 모른다.
이대로만 가면 이 종목 하나만으로도 한동안 짭잘할 것 같다.
다시 세번째 시도.
저가에 매수주문을 내놓고 곧 잡히기만 기다리는데 이번엔 뜻대로 잘 안된다.
오락가락하던 가격이 갑자기 확 올라가버리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그림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팔았던 가격보다 더 높게 가면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못 산다.
입술을 태우며 기다리는 사람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가는 자꾸만 오른다.
그러다 잠시 가격이 주춤하는 틈을 타 참다 못해 매수에 들어간다.
세상에 뜻대로 안되는게 주식.
이 때부터 가격이 내려간다.
여전히 전체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다.
방금 다시 산 가격을 생각하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기다려 볼 걸 괜한 짓을 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쓰리다.
일이 이쯤되면 애당초 길게 보유하려던 계획은 눈 녹듯 사라지고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
사고 팔기를 되풀이 하다 결국은 점잖게 앉아서 벌돈을 부지런 떨다 다 까먹어 버린셈이다.
작년 말을 생각하면 요즘은 숨쉬기가 훨씬 편하다.
죽었던 목숨 다시 살려 줘서 지금은 덤으로 사는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배짱 또한 편하다.
그 편한 호흡과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지금은 좀 느긋하게 지낼 때다.
잘 될 때 지나치게 술수를 쓰면 복이 오다가도 돌아선다.
수량불리기,그 뜻은 좋으나 실패로 끝날 확률이 너무 높다.
김지민 < 한경머니 자문위원.현대증권투자클리닉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