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갛에 와 닿는 부드러운 감촉과 무게를 느낄 수 없는 가벼움과 포근함...

지구위에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섬유로 일컬어지는 캐시미어.

1천년전 중앙아시아 왕족들이 즐겼던 캐시미어가 지금 패션계에 불고 있는 고급화 바람으로 다시 유행의 중심에 섰다.

현재 캐시미어 섬유 생산지는 여러 곳이지만 최고급이라는 타이틀은 단연 스코틀랜드산에 주어진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이미 19세기부터 방적 편물 직조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캐시미어를 다루는 특별한 기술을 보유해왔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수정같이 맑은 물도 "메이드 인 스코틀랜드"를 최상품으로 만들어주는 조건중 하나다.

"원단 생산 과정중 여러 번 물에 씻는 작업을 하는데 스코틀랜드의 강에 천을 담그면 부드러움과 광택이 더해진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캐시미어란?

캐시미어 원사는 중국과 몽골의 산악지대에 사는 캐시미어 산양으로부터 얻어진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하고 혹한과 건조한 날씨가 반복되는 기후속에서 캐시미어 산양은 스스로 단백질의 양을 줄여 섬도(finess,실의 섬세함)를 높인다.

낮은 습도와 극과 극을 오가는 일교차는 따뜻하면서도 통풍성있는 털을 키우는 최상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사는 산양의 털 중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턱아래부터 배사이의 솜털만이 캐시미어 원료가 된다.

봄이 되어 자연적인 털갈이가 시작되는 시기에 빗으로 섬세한 털을 걷어낸다.

이 산양의 수명은 보통 7년.

그나마 세살이 돼야 빗질을 할 수 있다.

채취기간도 겨울이 지난 직후인 4월로 한정돼 있다.

게다가 한 마리의 산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캐시미어의 양은 1백50g에 불과하다.

스웨터 한벌에 5~7마리,코트 한벌에 24마리 정도의 털이 들어간다.

캐시미어의 굵기는 보통 15~17미크론(micron,1/1000mm).

사람의 머리카락(약 75미크론)보다 1/4정도 가늘다.

특히 질좋기로 내몽고산 캐시미어의 굵기는 12~14미크론으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캐시미어의 강도 신장력 탄성 등은 일반 양모와 거의 같다.

그러나 가늘기와 유연함 가벼움 등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물속에 담그면 일반 양모보다 빨리 물을 흡수하고 알칼리와 산에는 양모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엔필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호윅에 있는 캐시미어 전문회사 엔필.

1백평 크기에 인원은 5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회사는 스코틀랜드의 자랑거리다.

스코틀랜드산 캐시미어를 세계 최고급 패션으로 이끈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엔필은 1936년 영국 런던의 벌링턴 아케이드에 첫 매장을 낸 이후 70여년동안 최고의 캐시미어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불려져왔다.

엔필은 몽골의 최상급 캐시미어 원사만을 이용해 부드러운 티비오 강물과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들의 손에 의해 부드럽고 따뜻하고 내구성있는 캐시미어를 만든다.

이 회사의 톰하톱 사장은 엔필 원사의 생산과정에 대해 "가장 좋은 원사만 골라 영국 제련사에게 보내 불순물을 고르고 세척한다.
그 다음 다시 여러번의 염색을 거쳐 특별한 컬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시미어원사는 솜씨좋은 엔필의 장인들에 의해 니트로 짜여진다.

50여명의 장인들은 평균 30년이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해온 전문가들이다.

하톱 사장은 "옷을 만드는 모든 공정이 사람손으로 이뤄진다"며 "특히 캐시미어는 원사자체가 섬세한 만큼 극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숙련가가 아니면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람 손 맛은 기계가 흉내낼 수 없다는 말이다.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도 엔필의 자랑.

엔필 디자인은 우아함과 젊은 스타일이 겸비된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브랜드지만 동시대 패션리더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엔필만의 독특한 디자인 덕분이다.

하톱 사장은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 개발에 주안점을 둔다"고 밝혔다.

물론 독특한 디자인은 캐시미어 소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색상의 다양함도 엔필의 특징이다.

매시즌마다 1백여가지의 컬러를 내놓는다.

빨강 파랑 등 원색부터 블루그레이 핫핑크 다크옐로 등 미묘한 색깔까지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엔필만의 색상이 선보인다.

대표적인 아이템은 캐미솔 쉘스웨터 카디건,폴로셔츠 등.

남성용은 폴로셔츠 터틀넥 조끼 등이다.

이밖에 캐시미어가운 숄스카프 양말 장갑등 액세서리도 선보이고 있다.

엔필을 아끼는 트렌드세터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마릴린 몬로,엘리자베스 테일러,수퍼모델 신디 크로퍼드,고 다이애나 황태자비,재클린 케네디,앤공주,영국의 팝가수 스파이스걸스 등.

모두 엔필 캐시미어와 인생의 즐거움을 함께 한 인물들이다.

스코틀랜드=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