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투어 버스를 타자고 했다.

버스로 여행하는 기분도 나고 서울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괜찮으리라는 것이다.

약속했던 기차여행이 날아갔다는 뜻이다.

말이나 꺼내지 말지.

번번이 펑크다.

서울시민이 무슨 서울구경.

뚱해하는 표정을 살피던 그가 말한다.

"마음만 잘 먹으면 서울이 파리로 보일지도 몰라"

멋적은 사과.

뭐, 한번쯤 원효대사가 되어 주자.

출발은 광화문 동화면세점앞.

덕수궁 창경궁 경복궁과 명동 인사동 청와대 앞길을 거쳐 남산일대까지 서울의 명승지와 관광지를 두시간 남짓 도는 코스다.

내키는 곳이 있으면 내렸다가 시간에 맞춰 다음차를 타면 된다.

버스안은 꽤 쾌적하다.

다리를 아무리 뻗어도 앞자리에 닿지 않을 만큼 공간이 넉넉하고 푹신한 시트도 편안하다.

통유리 차창은 시원하고 팔걸이끝엔 요즘 극장처럼 컵받침도 있다.

외국관광객 이용이 뜸한 비수기라 버스는 거의 몇사람만의 독차지다.

그의 어깨에 마음놓고 푹 파묻혀 본다.

낯익은 서울풍경을 벗삼은 버스여행이 생각보다 여유롭다.

내린 곳은 남산.

남산골 한옥마을은 한옥들 사이로 정자와 연못이 있는 전통정원을 거니는 기분이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우동맛 좋기로 소문난 타워호텔 한식당 "아리수"(02-2236-3355)도 들려볼만하다.

통통하고 야들야들한 면발이 입안에서 미끄러지는 감촉이 일품이다.

야간에 오른 남산 서울타워는 연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정류장이다.

마음을 별달리 먹지 않아도 타워에서 바라보는 서울야경은 세계 어느곳에 뒤질바 없다.

하긴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있느냐가 중요한 일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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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운행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배차간격은 30분이다.

코스권을 구입하면 횟수에 제한없이 타고내릴 수 있다.

주간코스(오후 6시까지), 야간코스가 각 5천원.

전일코스는 8천원이다.

1회 탑승요금은 1천2백원.

승차권은 버스안이나 신라호텔 서울타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02)777-7788, www.seoulcitytourb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