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경제학 관련 학회들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서울대에서 15일 개막됐다.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 등 17개 기관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22개 경제학회의 7백여 경제학자들이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세원 추진위원장(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은 전체회의에서 "공동학술대회는 경제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장기적으로 미국의 공동사회과학학회(ASSA)대회에 비견되는 행사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행사는 16일까지 계속된다.

15일 전체회의에서 발표된 김병주 교수(서강대)의 ''한국 경제학 교육의 나아갈 길''과 16일 발표될 이천표 교수(서울대)의 ''경제개혁의 남은 과제'' 등 4개 논문을 요약,소개한다.

<한국 경제학 교육의 나아갈 방향-김병주 교수(신임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한국 경제학 교육의 문제는 우선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분석능력이나 응용능력 토론능력을 키워주기 보다는 난해한 서구식 이론을 주입식으로 강의하는 데 있다.

선진국의 근대 경제학을 창조적 재생산 과정없이 도입해 단순 이전하는 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가르치는 이론들은 너무 서구식일 뿐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강의 내용도 어렵고 딱딱해 재미가 없다.

그 결과 경제학과를 나온 학생들이 경제현실을 전혀 모르고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지성인을 양성하기 보다는 단편적인 ''경제기술자''만 만들어낸다는 비난은 이래서 일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경제학과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청각 교재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한국경제의 현실과 정책 사례 등을 적절한 예제로 활용하면 강의가 보다 쉽고 재미있어져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난해한 이론을 일방적으로 나열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한국은 경제학자들의 ''특이한 임상병리학''에는 더없이 좋은 ''연구병동''이 아닌가.

경제 문제가 많은 나라인 만큼 ''한국적 연구과제''가 많다.

연구의욕이 왕성한 학자들에게는 도전의 기회가 많은 곳이다.

요즈음 경제학자들의 무기력증은 스스로 연구영역과 관심을 좁혀 자초한 면도 있다.

기업 정부와 함께 학계가 앞장서 국민경제문제로 고심하는 연구풍토를 만들어야 경제학의 저변이 넓고 튼튼해진다.

<공적자금의 현황과 개선방안-임주영 교수(서울시립대)>

방대한 양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금융구조조정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외형적 지표의 건전화에만 주력하다보니 부실채권 매입보다 금융기관 증자에 자금 투입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까지 41조9천억원(38%)이 금융기관 증자에 사용된 반면 부실채권 인수에는 31조1천억원(28%)만 투입됐을 뿐이다.

부실채권의 과감한 정리없이는 BIS비율이 높아져도 금융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부실채권 매입에 공적자금을 집중해 금융개혁에 성공한 스웨덴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잠재 부실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추가조성되고 있는 40조원대의 공적자금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입방식 측면에서는 음성적인 공적자금 조성 및 투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도 음성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불가피성이 주장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구조조정 지연과 국민부담 증대 등의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공적자금의 조성.운영.회수를 총괄하는 민관합동의 독립기구를 발족해야 한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엄격히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의 남은 과제-이천표 교수(서울대)>

금융중개 기능의 마비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간접금융의 비중을 낮추고 직접 금융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부채-지분 스와프(debt-equity swap)''방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경제에는 2백조~2백20조원 가량의 부동자금이 존재한다고 추정되지만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발이 묶여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금융 중개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기업들은 운전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부도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부채-지분 스와프는 쉽게 말해 금융기관의 채권자격인 예금자가 자신의 예금을 주식으로 전환하고,기업의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부채-지분 스왑을 통해 기업재무구조 개선과 기업활동 활성화,금융기관 재무구조 개선 및 금융업무 활성화를 연쇄적으로 촉발시킬 수 있다.

시장에서 국내 민간자본을 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적자금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이를 위해 부실채권 거래기법 개발이나 구조조정회사,정크본드 시장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3년간의 경제개혁은 이른바 노동 공공 금융 기업 등 4대부문 개혁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큰 청사진 없이 각각의 부문에서 제각기 진행됐다고 보여진다.

경제개혁의 남은 과제를 효과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경제 개혁을 위한 장.단기 과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내는 데 힘써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성 제고,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은 장기 과제에 속한다.

금융.기업 개혁은 단기 해결책을 마련하는 시급하다.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의 경제개혁:최적 제도론적 시각에서의 평가-장세진 교수(인하대)>

외환위기 이후 1단계 구조개혁 기간중 이뤄진 다양한 조치 가운데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 등 업종 전문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은 경제개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 역시 이런 측면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실상 은행을 국유화시킴으로써 관치금융의 재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2단계 구조개혁 과정에서의 추진된 은행합병과 금융지주회사 설립 역시 정부가 내적 실질을 추구하기 보다는 외양적.가시적 성과를 이루는데 급급했던 결과라고 판단된다.

1단계 개혁에서 대우문제 처리나 워크아웃제도,2단계 개혁에서 불거져나온 현대사태와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은 구조개혁의 신속한 마무리를 방해한 대표적인 조치다.

당시에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숨겨진 부실을 뒤로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1단계 개혁의 주체역할을 했던 금감위 조직은 1999년말로 해체되는 것이 바람직했다.

한시적인 기구로서 금감위의 필요성과 그 성과는 인정하지만 금감위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벗어나는 비상기구다.

공기업을 제외한 정부 부문이 구조개혁 대상에서 배제돼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금융.기업부문과 같은 구조개혁의 주요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은 외환위기의 책임이 정부에 없어서가 아니고 위기를 수습할 주체가 정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은 지속돼야 한다.

정부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충실해 시장과 정부의 기능을 적절히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

정리=이방실.오상헌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