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최근들어 정부당국의 각종 금융관련 긴급조치에 대해 잇따라 철퇴를 내리고 있어 정부당국과의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2부(재판장 정장오 부장판사)는 14일 지난99년 8월 금융감독위원회가 내렸던 대우그룹관련 수익증권 환매연기조치로 투자자가 본 손실에 대해 금융기관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서울고법 민사12부가 "금융감독기관이 영업정지 명령을 내려 만기어음을 인출받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감독기관도 책임져야 한다"며 금감원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관치금융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지법은 이날 무역업체인 영풍이 "99년 대우그룹 경영위기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수익증권 환매연기 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이자손해를 봤다"며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천8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가 금감위로부터 환매 연기를 승인받았다고 하지만 금감위는 환매대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며 "연기 승인은 피고와 금감위 사이에서만 유효할 뿐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금감위의 수익증권 환매연기조치로 환매가 제한됐던 약 1백조원(실제 대우채는 18조8천9백72억원)에 이르는 수익증권에 대한 투자손실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99년 8월 대우증권에서 매입한 수익증권의 환매를 요구했으나 대우그룹 유동성위기로 대량 환매청구가 이어지자 금감위로부터 환매연기 승인을 받은 뒤 다음해 2월에야 대금을 지급받자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금감위측은 "당시 금감위가 내린 환매연기 조치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우증권측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묻는다면 무리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소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항소한다면 이 부분을 쟁점화 하겠다"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