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구원투수로 돌아온 것일까.

2월들어 주춤해졌던 외국인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이틀간 매수우위를 보인데 이어 13일엔 1천2백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일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계증권사 브로커들은 금리하락과 유동성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매수의 주된 배경으로 보고 있다.

매수종목이 증권 은행주에 집중되고 있는데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이날 등판은 빛을 내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약세로 마감됐고 외국인의 "사자"가 몰린 증권주의 업종지수는 2.99%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기관과 개인이 외국인에게 "화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익실현에 나선 이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금리하락이란 재료를 빌미삼아 외국인이 금융주를 투기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제조주 매도,금융주 매수=외국인이 3일간 순매수하고 있지만 사는 종목은 1월과 전혀 다르다.

1월엔 삼성전자 포철 삼성SDI SK 삼성전기 현대차등 우량 제조주를 주로 샀다.

그러나 최근엔 금융주가 주된 매수타깃이다.

이달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금액기준)에 국민은행 신한은행 현대증권 삼성증권등 금융주가 대거 올라 있다.

외국인은 금융주 비중을 높이는 대신 지난달에 집중적으로 매집한 삼성전자 SK텔레콤 삼성전기등 핵심블루칩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이날에는 순매수금액의 절반가량 (5백20억원)이 금융주였다.

이같은 외국인 매매패턴에 대해 권지훈 ABN암로증권 이사는 "금융주 비중이 낮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금융주로 몰리고 있으며 삼성전자 등을 팔고 금융주를 사는 방식의 교체매매를 하는 외국인들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주 매수배경=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금리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최대 수혜주인 금융주를 선취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를 비롯한 구경제 주식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은 핵심블루칩을 웬만큼 사들인데다 증권주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ABN암로증권의 권 이사는 "우량 증권주는 금리하락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보는 데다 부실요인이 거의 없다는 펀더멘털측면도 외국인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투기적인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동안 조정을 지속한 증권주에 불을 지펴 일반인의 후속 매수세를 유도한뒤 단기차익을 챙기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지난달 블루칩 위주로 2조7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이 추격매수하지 않고 주가 역시 오르지 않자 부담스러워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금융주를 2차 매수 타깃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전망=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헤지펀드의 급매물이 일단락된데다 올들어 외국인 매수세의 80%가 지수 580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현지수대에선 외국인의 매도세 전환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WI카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에서 구경제 주식이 기술주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국내시장에 참가하는 외국인도 반도체와 정보통신주보다는 금융주를 비롯한 구경제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