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계신 어느 분이 자신의 골프 친구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그 분에게는 골프장 상습 지각생인 골프 친구가 있다고 한다.

그 친구가 캐나다를 떠나게 되어 송별골프를 했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지각,동반자들을 화나게 했다.

골프 약속에 번번이 늦어 여러 번 친구들 앞에서 공개 재판도 하고,퇴출 경고도 했건만 고쳐지지 않던 친구.

골프 약속 때마다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고 때로는 정말 화나게 했던 그 친구가 떠나는 날,당연히 시원해야 할텐데….

마냥 아쉽고 섭섭한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친구가 그렇게 늦었던 것은 양로원 봉사활동,불우가정돕기 모금 등 남을 위한 시간에 늘 쫓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다시 돌아온다면,티오프 시간에 늦어도 오케이라고,첫홀은 무조건 멀리건을 주겠노라고,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골프장에 있을 때는 긴장감과 치열함으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우정이 마지막 순간에 깊게 정리된 것이다.

내가 아는 또 다른 한 분은 자신이 추구하는 노년의 행복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내 기준에서 가장 큰 행복은 다른 게 아니예요.그저 지금 있는 골프 친구들이 그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살아서 언제든 골프칠 수 있는 한 팀이 꾸려진다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일 것 같아요"

요즘처럼 바쁜 세상,나와 함께 두세 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 만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하물며 한나절을 바치는 골프 친구라면….

매너가 좋고 나쁨을 떠나,골프 친구들이 기울여준 그 시간과 정성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겨우내 두세 달 동안 골프를 치지 못했더니 ''골프 고파 죽겠다''는 분들이 많다.

골프를 하고 싶은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고도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두세 달 동안 정말 고프고 그리운 것은 골프가 아니라,함께 했던 골프 친구들이 아닐까?''

fox@golfsky.com www.golfsky.co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