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문학전집 9,10권으로 장편소설 ''인간인(人間人)''(열림원)이 출간됐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해남 두륜산 대원사에서 벌어진 일을 그린 인간인은 이청준의 후기문학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씨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대결구도를 통해 권력과 역사,인간과 해탈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1부 아리아리랑은 1944년 일제 밀정 남도섭이 대원사에 잠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절내 은둔중인 불령선인(不逞鮮人)을 색출하라는 임무를 띠고 외사채에 기숙한다.

주지 스님은 익명의 제보로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

남도섭은 일본인 감독에게 모욕을 당한 뒤 그의 아내를 성추행,쫓기는 몸이 됐다고 거짓말하지만 진짜 추행범이 절에 숨어있는 관계로 곧 들통난다.

스님은 남도섭을 쫓아내지 않고 모른척하며 거꾸로 염탐해 들어간다.

2부 강강술래에선 35년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형사를 사칭,도박판에서 돈이나 뜯어내는 안장손은 어느날 대원사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반푼이 누이가 남편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자 누이의 시댁에 가서 행패를 부리다 폭력행위로 쫓기는 몸이 된 안장손.

우연히 절간으로 흘러들어간 안장손은 형사 흉내를 내며 은둔자들을 위협한다.

그러나 노암 스님은 그의 거짓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깨달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다.

1·2부를 통한 인간인의 주제는 쫓는 사람이 바로 쫓기는 사람이라는 인생의 아이러니다.

작가에 따르면 무엇을 쫓는다는 것은 무엇에 쫓기고 있다는 증거다.

청맹과니 광대에 불과한 인간은 자신이 속이고 있다고만 생각할 뿐 속고 있음은 모른다.

''아직도 제 일을 남에게만 묻고 있는 어리석음이라니.네 본심은 어디다 벗어두었더냐.안으로 제 본성을 보려진 않고 항상 바깥세상만 쳐다보려 하느냔 말이다.그러니 제 삶까지 거꾸로 살아온 것 아니냐''

''제 덫을 제가 짊어진 채 답답한 무명(無明)을 헤매는''중생들의 이야기.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