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맥도너 < 뉴욕연방은행 총재 >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한 이후 해당 국가들의 정부관료들은 은행시스템과 기업 부문 강화,회계와 감독 시스템의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금융권의 안정을 도모해왔다.

이러한 처방으로 아시아국들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건전한 성장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완전한 ''치유''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남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금융과 기업 부문은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 불투명한 경영관행, 수출의존적인 구조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구조조정의 목표들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둔화세로 인해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이 지역내에서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개혁 피로증후군''을 더욱 부추길 게 분명하다.

아시아는 현재 중요한 정책상의 기로에 서 있다.

장기적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유일한 대안인 시장원리에 기초한 개혁과 단기적인 처방만을 제공하는 미적지근한 개혁 사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각국 정부들도 변화하는 국제 금융환경에 맞춰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틀을 짜야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각국이 금융시스템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 것인가.

두가지 필수적인 과제가 있다.

하나는 튼튼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안정적인 거시경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 피로증을 하루빨리 뿌리뽑는 게 선결과제다.

경제성장세가 점차 느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개혁의지의 느슨함은 건실한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新) 국제금융질서에서 정부의 집행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믿음과 자신감은 대화와 행동으로써만 자라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합심해 금융 부문의 회생 작업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명심할 것은 금융 부문의 취약함은 단숨에 고쳐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탄탄한 금융시스템은 믿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동반하지 않고선 구축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정부는 결코 장기적인 자산관리자나 우량한 민영은행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따라서 정부주도의 무분별한 대출은 향후 부실을 낳게 된다는 점 등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탄탄한 금융시스템 설립이라는 본격적인 과제,즉 복잡하고 역동적인 국제금융시장의 메커니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안정적인 시스템의 구축은 몇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우선 조직내의 건전한 리더십, 효율적인 시장전략 구사, 신중하고 엄격한 규제와 감독기능이 바로 그것들이다.

건강하고 안정된 거시경제 환경의 구축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촉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거시경제가 과열되면 내·외부적으로 과도한 차용이 발생한다.

이는 금리나 환율의 조절로 이어져 결국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을 약화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아시아 각국 정부는 건전한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을 실행하는데 총력을 다함으로써 지난 3년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아시아는 과거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엄청난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아직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아시아 경제 주체들이 금융시장의 탄력성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

◇ 이 글은 윌리엄 맥도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최근 태국 중앙은행에서 행한 연설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