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차 인수 문제와 관련, 여전히 "노 코멘트(No Comment)" 또는 "노 체인지(No Change)"로 일관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9월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뒤 10월 중순부터 한달간 예비실사를 진행했으나 본격 협상단계인 정밀실사나 양해각서 체결은 계속 미루고 있는 상태.

그러나 GM은 대우차에 대한 예비실사를 중단하지 않고 있고 정부 채권단과의 협상도 물밑에서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우차 매각 문제는 구조조정이 끝나는 이달말 이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GM은 시카고 모터쇼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잭 스미스 회장이나 릭 왜고너 사장 등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컨셉트카인 `REV'' 공개행사만 열었다.

대신 국제담당 토니 시모네티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밀협약 때문에'', `거래 성사 전까지는'' 또는 `상황이 복잡하니까'' 등을 이유로 "아무 얘기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앞서 스미스 회장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공헌상 시상식장에서 대우차 문제와 관련한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만 짧게 대답한 뒤 자리를 피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GM은 한번도 대우차를 인수하겠다거나 인수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발표를 하지 않은 셈. 업계는 GM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우선 거래가 완전히 성사돼 계약이 이뤄질 때까지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하는 외국 업체들의 관행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또 대우차 인수 의향을 보인 다른 경쟁 업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급할 게 없는 만큼 시간을 끌며 최대한 인수가격 등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우보(牛步)''작전으로도 분석된다.

특히 대우차의 구조조정이 노조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사든 사지 않든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우차 인수와 관련한 GM의 공식 입장 표명은 대우차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뒤 다음 처리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또 `너무 늦지 않게''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이것저것 재면서 `무혈입성''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기를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GM에 너무 끌려다닌다''거나 `차라리 국민기업으로 만들자''는 여론도 일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이 끝난 뒤에는 마냥 발표시기를 늦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