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6일로 90회 생일을 맞는다.

제40대 대통령으로 지난 81~88년까지 미국을 이끌었던 레이건은 94년 알츠하이머(노인성치매)병에 걸린 이후 7년째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레이건은 지난달 12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넘어져 엉덩이뼈 골절로 큰 수술을 받고 현재 집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레이건 곁에는 오는 3월4일 결혼 49주년을 맞은 낸시(78)여사가 지키고 있다.

낸시 여사는 레이건 90회 생일을 단 둘만의 시간으로 보낼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레이건이 백악관을 떠난 지 12년이 넘었지만 재임시 업적은 조지 W.부시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미 주요 언론은 레이건이 지난 1년반 새 기억력이 급격히 쇠퇴해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종종 잊고 있으나,그가 이룩한 위업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전기작가인 리처드 노튼 스미스는 "레이건을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통령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증대하고 있다"며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12년이 지났음에도 공화,민주 양당을 포함해 우리가 여전히 많은 면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은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78명의 역사,정치,법률학자로 하여금 전임대통령 42명을 평가토록 한 결과 "위대한 대통령"순위 8위에 올랐다.

정치학자인 폴 켄고는 레이건을 노련하고 영향력있는 인물로 재평가하려는 작업이 진행중이라며,레이건의 재임중 냉전종식 노력은 그가 백악관을 떠난 뒤 더 크게 보이고 있고, 예산적자증가 등 그의 약점은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레이건은 재직시 한 연설에서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부르고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에게 베를린장벽을 부수라고 요구하는 등 반공의 선봉에 섰다.

레이건의 소련 다루기와 소련 붕괴 확신은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명성을 빛나게 했다.

레이건은 공급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강도높은 규제완화와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미국의 번영과 자존심 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통령 전문연구가인 로버트 댈럭은 "레이건이 부채와 적자면에서 볼 때 역사가들로부터 나쁜 점수를 받겠지만 그 뒤 경제상황이 호전됨으로써 이런 평가는 받지않게 됐다"며 "그는 운도 좋았지만 통찰력있고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었다"고 평했다.

레이건은 "별들의 전쟁(스타 워스)"으로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등과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당시 조롱을 받기도 했으나,클린턴 전 대통령은 제한적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부시 신임 대통령은 더 광범위한 NMD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념이나 문제접근방식에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레이건에 더 가깝다.

부유층이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서민과 똑같이 감세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대규모 감세안과 사회복지기금 민영화,군사비지출확대 및 보스니아,코소보같은 지역분쟁보다는 중국과 같은 초강대국과의 관계 중시,낙태반대를 비롯 보수주의가치 옹호 등 레이건이 추구했던 것과 부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비슷하다.

LA 카운티 정부는 6일을 "LA 로널드 레이건의 날"로 선포한다.

카운티 정부는 "캘리포니아주 지사와 대통령을 지낸 레이건은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과 경의,존엄성을 제공했다"며 "그의 지도자적 역량은 세계의 지도자들과 함께 독일 통일,공산주의 몰락이라는 역사를 창조했다"고 선포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