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 자유기업원 공공정책실장 >

국민연금기금이 1994년 이후 지난해까지 금융부문에 투자했을 경우보다 6년간 총 1조2천억원 이상의 ''기회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채권 주식,기타 금융부문에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보다 ''공공자금''으로 빌려준 후의 이자율이 낮아 이같은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공공자금 투입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노령화사회의 진정한 안전장치로 작동하기 위해 재정적 안정은 가장 중요한 현실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자금 투입의 진정한 문제는 단순히 이자율이 낮다는 점이 아니라 여기에 투입된 국민연금기금은 다른 투자신탁기금이나 민간의 연금기금과 달리 ''실질적인 경제적 자산''으로 보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국민연금기금은 이미 정부의 재정자금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보전하고 있는 것은 자산이라기보다 공공자금차입금에 대한 상환청구권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정부가 미래 근로자들로부터 조세를 거두거나 또는 재정지출을 줄여 상환하라는 의미의 청구권인 것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대니얼 미셸 박사 등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기금을 재정자금으로 빌려주는 이러한 국민연금의 투자방식을 ''IOU(I owe you)투자''라고 꼬집고 있다.

투자를 할수록 후세대가 짊어지는 빚이 커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에 의해 제기된 바와 같이 국민연금기금을 정부가 어렵지 않게 재정자금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국민연금기금 차입금이 없었을 경우에 비해 정부의 지출규모를 증가시키게 될 가능성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앞으로 약 20년간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규모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시사하는 바는 크다.

더욱이 재정적자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경기하락 등으로 조세수입 등만을 통한 재정자금 조성이 매우 궁색한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기금은 계속 매력적인 재원조달의 보고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관행이 지속된다면,상환시점에 예상되는 재정상의 부담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연금관리공단측 주장대로 공공자금 투입으로 인한 이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설사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손실보전을 받는다 해도 이것은 정부내에서의 ''내부거래''에 불과하다.

정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동의하에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자금활용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둔 국민연금법 83조(기금운용)등을 개정,국민연금기금의 공공부문 유입 가능성 자체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

아울러 발행시장에서의 국공채 강제소화도 재고해야 한다.

복지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에 따라 올해 공적자금 4조7천3백97억원을 환수하는 대신 10조원 가량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하지만,국공채 매입도 역시 IOU투자임이 분명하다.

전 클린턴 행정부도 과거 국공채매입에 투입된 미국의 국민연금기금은 장부상으로만 보전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IOU투자의 관행을 개정하는 것 자체가 국민연금제도의 문제 전체를 풀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의 포트폴리오를 정부가 결정하는 한 정치적 개입의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시 정부는 연금제도 가입 대상자들은 모두 연금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자신이 선택한 민간 금융회사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위험''으로부터 연금자산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선호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과 선물,옵션은 물론 국제적인 분산투자로 개별국가가 갖고 있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위험''으로부터도 헤징이 가능한 연금운용방식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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