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지하철 민심탐방 조작의혹,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의 YS자금설 돌출발언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리며 그의 정치적 ''보폭''이 좁혀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차기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도 선두에서 밀려 측근들에게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 총재는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지난달 30일 정쟁중단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선언한뒤 부쩍 말을 아끼고 있다.

측근들은 소모적인 공방전을 지양하겠다는 이 총재의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난해 누렸던 자신의 입지와 ''천양지차''임을 느끼는 듯하다.

4·13총선에서 공격적인 공천으로 다수당을 지켰고,부산 대구 서울 등지를 오가며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등 야당 지도자의 위상을 한껏 높여갔지만 지금은 ''방어''에 급급한 국면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이 총재가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꿔주기,안기부 선거자금 유입 등 여권의 잇단 강공책에 대해 이 총재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수세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당안팎에선 이 총재가 자민련의 실체를 좀더 일찍 인정했어야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등록시켜 김종필 명예총재에게 ''캐스팅보트''권한을 부여했다면 이같은 최악의 상황은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한나라당은 오랜만에 정책논평을 냈다.

정쟁만 일삼는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광우병 대책을 주문하고,현대건설 지원방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이 총재가 ''결사항전''에서 ''정책대결''쪽으로 방향을 틀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