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아버님은 형님을 그리다가 돌아가셨고 올해 1백세가 되신 어머님은 6개월전부터 의식을 못찾아 형님을 만나도 못알아 보실까 걱정입니다"

북한 적십자회가 31일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전달해온 제3차 이산가족방문단 후보자 2백명 명단에 형 성하(74)씨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민하(66)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눈시울을 붉힌채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6·25전쟁 당시 고려대 상과에 재학중이던 성하 형님이 실종된데 이어 옥화(73) 누님과 창하(67) 형님도 전쟁통에 모두 실종됐다"며 "우리 가족은 그야말로 민족분단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5남5녀인 우리 남매 중 형님 두 분과 누님 한 분 등 3명이 모두 실종돼 아버님과 어머님은 반평생 눈물로 늙으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부의장은 "어려서 늑막염으로 고생했는데 형님이 문경 골짜기까지 찾아가 약초를 구해다 주셨다"고 회고하면서 "방학 때가 되면 친구들을 데려와 닭을 잡아주던 형님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형님 소식은 지난 60년대 북한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도만 알고 지냈다"면서 "지난 61년 ''황태성 간첩사건''에 연루돼 반공법 위반 혐의로 3년간 옥고를 치른 이후 한번도 공식적으로 실종된 형님 얘기를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대통령 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김 부의장은 "당시에는 국가적인 행사인데다 이산가족들을 생각해 형님 소식이 궁금했지만 일체 함구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