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채권단을 대표해 매각 작업을 추진해 온 한국자산관리공사는 30일 그동안의 일괄 매각 방침에서 선회, 한보의 당진공장내 A,B지구는 분리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미국의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인수 계약을 파기한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해 온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자산공사는 이날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사로부터 ''매각 실현 가능성과 조기 매각,매각 대금 극대화 등을 위해서는 분리 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통보받음에 따라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자산공사는 이에 따라 관련 경험이 풍부한 국제 투자은행 중에서 매각 자문사를 조속히 선정,국내외 입찰을 가능한 한 빨리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4억8천만달러의 가격을 제시하며 한보철강 일괄 인수를 신청한 중후산업(사장 권호성)측에서 분리 매각 방침에 반발,일괄 인수할 계획임을 거듭 밝히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자산공사는 중후산업측의 인수 신청에 대해 ''향후 선정될 매각 자문회사에서 정밀 심사를 거쳐 타당성을 입증할 경우 중후산업에 공개입찰 절차를 통해 매각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고는 있지만 분할 매각 쪽으로 ''한보 해법''의 방향을 튼 것만은 분명하다.

자산공사는 일단 A지구의 2개 공장을 묶어 내놓되 B지구 5개 공장은 각각 따로 떼어 매각하기로 했다.

한보의 당진공장은 현재 연산 1백10만t 규모로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는 A지구의 봉강(철근)공장과 품질 문제로 가동이 멈춰져 있는 열연강판 미니밀을 비롯 완공도 안된채 설비가 녹슬고 있는 B지구의 코렉스(용융환원제철)·DRI(직접환원제철)·제강·열연강판·냉연강판 공장 등 모두 7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자산공사의 조덕상 한보철강 인수기획단장은 "봉강공장의 경우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항만을 끼고 있는 등 입지도 좋다"며 유리한 조건의 처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 문제 등으로 인해 ''제값''을 치르겠다는 원매자들이 선뜻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분리 매각을 위해서는 공장별로 설비 폐기에 따르는 비용 산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터여서 ''한보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