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천재''로 스물 일곱해를 살다간 이상(李箱·1910∼1937)의 소설을 모은 ''날개''(문학과 지성사)가 출간됐다.

단편 ''지도의 암실'' ''지주회시'' ''날개'' ''동해'' ''종생기'' ''실화'' 등 여섯작품이 실렸다.

국한문혼용에다 띄어쓰기까지 무시된 작품이라 읽는데 다소 품이 들지만 이상문학의 전모를 알 수 있도록 꾸며져있다.

이상 김해경(金海卿)은 20세기 한국문단의 최대 형이상학적 스캔들로 기억된다.

그는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를 흡수,실험적인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썼다.

1934년 이상의 시 ''오감도''가 조선일보에 연재됐을 때 독자의 빗발치는 항의로 문예(문화)부장 이태준은 항상 호주머니에 사표를 넣어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이상의 문학은 시와 소설 수필의 경계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작 ''날개''는 금홍이와의 결혼생활을 다룬 소설이다.

반면 단편 ''동해''는 결혼을 앞둔 남녀관계를,''종생기(終生記)''는 결혼관계의 파탄을 각각 그리고 있다.

특히 ''종생기''는 이상이 세상을 떠나기 수개월전 완성한 필생의 작품이다.

화가 구본웅의 배다른 동생 변동림과 결혼한 뒤 3개월 만에 훌쩍 일본 도쿄로 떠난 스물여섯의 이상.

잇따른 사업 실패와 연애 후유증으로 기력이 쇠잔해진 이상은 묘비명을 쓰듯 마지막 작품 ''종생기''를 써 내려갔다.

당나라 시인 최국보의 ''소년행(少年行)''을 패러디한 ''종생기''는 삶의 목표를 잊고 금홍이 등과 놀아났던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자신은 노옹(老翁)이 되어 쓰러지지만 뜻있는 자의 ''호흡이 묘비에 슬쩍 와 부딪칠 때는 사체가 화끈 달아 구천(九天)을 꿰뚫어 슬피 호곡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예술의 불멸성을 말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목적없이 인생을 탕진하는 것이 예술''이라며 ''이상은 그의 삶조차 기호놀이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상 자신은 생애 마지막해 시인 김기림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지상 최종의 걸작 종생기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김기림은 이상의 부음에 ''제 혈관을 따서 시대의 서를 쓴 그의 죽음은 한국문학을 50년 후퇴시켰다''라고 슬퍼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