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큼은 우아하게 보내기로 했다.

"만난지 며칠"까지 챙겨대는 세상에 생일이야 기념일중 기본 아닌가.

평소 그의 무심함을 익히 아는지라 몇주전부터 날짜를 거듭 일러 뒀다.

유서깊은 전술, 옆구리 찔러 절받기다.

경관 좋기로 이름난 쉐라톤 워커힐 호텔로 향했다.

호텔 본관에 못미쳐 아래가 좁고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했다는 피자집 "피자힐"(02-450-4699)이다.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입장시킬 만큼 손님이 많다.

운좋게 창가 자리가 났다.

한강에 안긴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샐러드바에서 샐러드를 힘 닿는데까지 담아오니 피자가 나와 있다.

시금치를 갈아넣어 푸른빛이 도는 부드러운 피자빵(도우) 위에 갖가지 토핑들이 아낌없이 뿌려져 먹음직스럽다.

해물 오븐 스파게티도 별미다.

노릇노릇 구워진 모짜렐라 치즈가 고소한 향기를 풍기며 입맛을 돋운다.

파스타는 1만2천원선, 피자는 큰 것이 2만5천원 안팎이다.

세금 20%는 별도.

"예전에는 새모이만큼 먹더니..."

핀잔이 날아온다.

번뜩 소설 "독신"에서 읽었던 구절이 스친다.

"그때는 새였지만 지금은 여인으로 진화했거든"

뭐, 일방적인 승리다.

본격적으로 무드를 잡을 시간이다.

호텔 본관 16층에 있는 라이브바 "스타라이트"(02-450-4516)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내에서 전경 멋진 스카이라운지로 소문난 곳이다.

운이 겹쳤는지 다시 창가쪽 자리.

탁트인 통유리 아래로 펼쳐진 한강과 서울의 밤풍경이 황홀할 정도다.

은은한 조명아래 기울이는 칵테일 맛이 기가 막히다.

오후 8시부터 밤 12시50분까지는 라이브 무대가 마련된다.

애교만점의 필리핀 여성보컬 3인조가 팝에서 가요까지 흥겨운 가무로 분위기를 돋운다.

이쯤이면 만점짜리 생일저녁으로 만점짜리다.

* 교통편 :자가용이 편리하지만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