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개방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북 경협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은 북한의 경제 정책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대북 창구를 통해 구체적인 정보 수집에 나섰다.

현대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서둘 경우 대북 사업의 주도권을 최대한 활용해 건설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북한측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추진에 대해선 극히 신중한 입장이다. 공업단지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 99년 이후 매년 삼성의 해외 공업단지를 방문해온 북측은 지난 16∼19일 말레이시아 살렘방에 있는 삼성단지를 찾았다.

삼성측은 박영화 삼성전자 부사장을 현지에 파견,공단 운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경협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북한내 사업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만 개성 인근에 50만평 규모의 전자단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뜻을 북측에 다시 한번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비무장지대에 10억달러 규모의 국제물류센터를 건립하고 20만대 규모의 TV합영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북측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기업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한이 중국과는 달리 자체시장이나 경제기반이 미약한 현실을 인정하고 외자유치를 위해 시장체제로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북한이 진정으로 개혁,개방을 원하다면 투자보장 문제는 물론 각종 계약관계에서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남북경협 실무자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