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전기와 가정용 에어컨 사업 분야에서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 회사가 ''글로벌 제휴''를 장기발전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한경 1월8일자 CEO에게 듣는다 참조)에서 "세계의 유수한 전자업체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새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로 길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백색가전을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생산기술을 쌓았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글로벌마케팅''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이 분야에서 앞선 기업들과 공동전선을 펴기로한 것이다.

이번에 마쓰시타와 제휴를 맺은 가정용 에어컨 분야에서도 LG전자는 생산면에선 세계 1위(시장 점유율 12.7%)를 차지하고 있지만 브랜드인지도 등에선 마쓰시타(파나소닉브랜드?세계시장 점유율 11%)와의 제휴를 통한 ''보완''이 절실했다.

마쓰시타로서도 생산효율에서 앞선 파트너를 필요로 하고 있는 터여서 서로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제휴 현황=지난 96년 IBM과 손잡고 국내에서 PC사업을 공동으로 벌인게 전략적 제휴의 첫 사례였다.

IBM의 기술력과 LG가 마케팅 능력을 결합한 형태였다.

이후 이 회사는 필립스로부터 16억달러의 외자를 도입,TFT-LCD(초박막액정 표시장치)사업도 합작 형태로 바꿨다.

LG 관계자는 "필립스와의 자본 제휴는 단순히 외자를 도입하는 차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LCD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LG가 필립스와 브라운관 분야에서 합작 사업을 하려는 것도 LCD 합작사업이 성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는 스토리지 분야에선 일본 히타치사와 손잡기로 지난해말 합의했다.

또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텔과 디지털 관련 분야의 기술 협력 및 특허를 공유하기로 포괄적인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 계약을 했다.

◆제휴 어떻게 추진하나=LG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부문별 책임자들이 경쟁 업체 최고경영자와 수시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앞으로 디지털 및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과 손잡고 초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대우증권 최용구 부장은 "LG가 선진 기업과 전방위 제휴를 추진함에 따라 다른 전자업체들도 경쟁력강화 차원의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