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상 초유의 단전조치가 취해지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주(州)전력통제기관인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운영국(ISO)은 17일 낮 12시(이하 현지시간)를 기해 캘리포니아 전역에 ''긴급절전 3단계조치''를 발동했다.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도 이날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절전을 호소했다.

미국에서 주 전체에 대한 단전조치가 취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3단계조치가 발효됨으로써 전기회사들은 지역별로 한번에 한시간씩,최대 네번까지 단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

◆상황=ISO의 긴급조치가 내려진 직후 캘리포니아의 최대 전기소매사인 태평양가스전기(PG&E)는 주도(州都) 새크라멘토 등 북부지역에서 2시간 가량 전력공급을 중단했다.

PG&E는 또 5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5백㎿(메가와트) 전력공장의 가동도 중단시켰다.

이 조치로 40만명 정도가 ''정전고통''을 겪었다.

북부 샌프란시스코의 시내중심가 현금자동출납기가 작동을 멈추고 승강기 안에 갇히는 사람이 속출했다.

교통신호의 미작동으로 교통혼란도 가중됐다.

◆원인=부도위기에 몰린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소매회사가 사상 초유의 단전을 몰고온 주범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양대 전기소매사는 PG&E와 남가주에디슨(SEC).

하지만 양사는 1백1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손실로 부도직전에 처해 있다.

PG&E는 17일 7천6백만달러의 상업어음에 대해 디폴트(상환불능)를 선언했다.

SEC도 전날 5억9천6백만달러의 채무상환 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다른 주의 전기공급회사들이 PG&E와 SEC에 전기판매를 중단하자 전력부족사태가 일어나면서 캘리포니아에 유례없는 단전사태가 초래됐다.

캘리포니아는 1996년 전기시장을 자유화,전기소매사들이 다른 주에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영향·조치=신경제의 메카인 실리콘밸리까지 단전조치가 취해질지가 관심사다.

ISO측은 전기수급이 호전되지 않으면 18,19일에도 단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새너제이 오클랜드 등 첨단기술산업 밀집지역 기업들은 자가발전기를 구입하는 등 서둘러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은 다른 주의 전기회사들에 18일 밤 12시까지 캘리포니아에 전기를 공급하라고 긴급지시했다.

지시를 위반하면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