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받아온 고합이 화학섬유 설비 전체를 중국 등 해외로 이전,모두 2억달러의 외자를 도입키로 확정했다.

고합의 이같은 구조조정은 국경을 넘은 "크로스 보더(Cross Border)"방식의 첫 사례다.

특히 산업자원부가 최근 화섬 등 7개 업종에 대해 "크로스 보더" 방식을 포함한 산업구조조정이 업계 자율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떤 설비가 이전되나=고합은 국내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화섬설비 전체를 뜯어 중국 칭다오(靑島) 현지법인 고합청도유한공사에 연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전 설비는 경기 의왕공장과 울산1,2단지에 있으며 폴리에스터 원사를 연간 24만t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국내 폴리에스터 원사 연간 생산량 2백44만t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합측은 이전설비 대부분을 중국으로 옮기고 일부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합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건설이 중단된 멕시코 공장의 원사설비 시설도 칭다오 공장으로 넘겼으며 매각대금의 일부인 1천만달러를 작년말 국내에 들여왔다.

화섬부문과 석유화학을 양대 주력사업으로 펼쳐온 고합은 화섬설비를 해외로 모두 넘기는 대신 국내에선 화학섬유 원료인 석유화학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이 부분을 세계적인 유화전문회사로 육성키로 했다.

◆무슨 효과 있나=''크로스 보더'' 방식의 구조조정은 국내 공급과잉 해소와 외자유치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화섬원료인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내외 분업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고합측은 국내 과잉설비를 해외로 이전,해외 현지에서 생산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다 설비매각에 따른 외자유치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사업조정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익수 고합 상무는 "화섬설비를 중국 등 해외로 넘겨 들어오는 매각대금은 모두 2억달러가 될 것"이라며 "이를 모두 부채를 갚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돈은 해외 현지법인에서 발생한 이익잉여금과 금융기관 차입금 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고합의 설비이전에 열쇠를 쥔 채권단은 지난해 12월27일자로 고합측의 방안을 서면 승인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고합의 화섬 설비를 해외에 팔기로 확정했으며 일부에서 거론되는 CRV(기업구조조정전담회사)로의 매각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도 지난해말 고합측의 크로스 보더형 구조조정이 공급과잉을 겪는 국내 화섬업계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채권단에 협조를 당부했다.

채권단은 고합 외에 워크아웃중인 갑을 등에 대해서도 크로스 보더형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