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코스의 경우 캐디를 하면서 같은 손님을 다시 만나기란 아주 어렵다.

순번대로 티켓을 배정받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날도 티켓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백을 찾아 카트에 싣고 클럽헤드를 벗겼다.

예쁜 털실로 만들어진 우드 커버에 영문 이니셜이 정성스럽게 수놓여 있었다.

이어 티잉그라운드에서 손님들께 ''안녕하십니까''라는 형식적인 인사를 하자 "안녕하세요. 날씨가 굉장히 춥죠? 아침식사는 했어요?"라는 인사가 돌아왔다.

이렇게 길게 또 공손하게 인사말을 해주시는 손님은 아주 드물다.

그 분을 보는 순간 ''저토록 맑은 눈빛을 지닌 분이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기억이 난 것은 세번째 홀 그린.

그 분의 질문 때문이었다.

예전에 난 캐디라는 호칭을 무척 싫어했다.

그 분은 "캐디양! 경험상 어디가 높아요?"

맞다!

''캐디양''이라는 어설픈 호칭과 말 속에 ''경험상''이라는 말을 자주 쓰시던 분.

정말 잊고 싶지 않았던 분.

1년 전이었다.

캐디 일을 막 시작했을 때 만난 그 분은 골퍼로서 좋은 매너를 넘어 인간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 분의 골프사랑은 다른 사람들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볼을 치느라 바쁜 와중에도 코스에 널려 있는 담배꽁초나 휴지조각들을 보면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고 그린에 올라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신의 볼 마크와 여기 저기 팬 그린을 보수하는 일이었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분만큼 그린 보수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모르는 척 다시 여쭤보았다.

"제가 할 일인데 왜 그린 보수를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라고.

그 분은 "캐디양,골프는 내가 치는 것이고 또 내가 만든 디보트 자국인데 당연히 내가 할 일이지요. 그린 보수하는 것도 골프치는 즐거움 중의 하나예요"

언제 또 이분과 함께 라운드할 수 있을까.

한 홀 한 홀 지나는 것이 아쉬워보기는 처음이었다.

근무를 마치고 그분께 받은 수고료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분의 인격을 정말 닮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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