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문제 그만 풀어요. 지겨워요. 차라리 자습해요" "진도도 모르는 거냐,하여간 최소한의 성의도 없다니까.저러면서도 학생들은 엄청 잡지.하여간 요새 선생들"

아이들의 수군거림을 참다 못한 교사가 마침내 한 학생을 불러낸 뒤 출석부로 때리며 소리친다.

"야,내가 니 친구니.''선생들∼'' 니네들,집에서도 엄마 아빠한테 길동아 순자야 막불러"

지난주 TV드라마 ''학교''의 장면이다.

타성적인 수업방식에 항의하는 아이들의 버릇없음과 이에 대응하는 교사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날의 주제는 교사의 애환.

수학교사 윤유란을 주인공으로 10여년 경력에 연봉 2천만원이 안되는 박봉,고교의 경우 19과목을 10과목으로 줄여야 하는 7차 교육과정의 문제,지나치게 많은 잡무,수업시간에 교사의 이름을 마구 부르는 아이들의 태도등 교사들이 처한 현실 전반을 다뤘다.

"요샌 내가 무슨 다람쥐가 된 것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수업 잘해야지,문제만 풀지 말고 원리도 짚어주고 그래야지 하는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또 대충이에요"

극중 윤유란선생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실제 일선교사들은 매일 두세개씩 오는 공문 처리하랴,수시로 바뀌는 제도에 따라 새 계획서와 시안 작성하랴 바쁘다 보면 정작 수업 준비는 뒷전이라고 털어놓는다.

교육부장관이 교사들의 안이한 태도와 정년제를 비판했다고 해서 교육단체들이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시급한 건 공황상태라고까지 불리는 공교육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것이지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정부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아이들이 버릇없는 것도, 일부교사가 안이한 것도 모두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아이들을 더 나은 배움의 세계로 이끌 것을 믿는다"는 닐 포스트먼(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학교는 중요하다.

윤유란선생의 말은 공교육 회복의 중요한 열쇠를 쥔 교사의 자세를 전한다.

"힘들어도 처음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고 초임의 자세로 버티면 보람있고 뿌듯한 직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