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 경제는 자산디플레 심화,금융구조조정 지연,이력효과(履歷效果·장기불황→경제심리 위축→성장률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기간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

반면 국가 채무가 국민소득(GDP)의 1백32%에 이르고 있고 어떤 정책신호에도 일본 국민들이 반응하지 않는 정책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 수단이 엔화 약세로 제한돼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가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당초 3극 통화체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달러화와 유로화 중심의 통화체제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예로 보면 중심통화체제에서 탈락한 통화가치는 경제여건에 비해 더 떨어지는 것이 관례다.

대부분 국제금융기관들은 조만간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기관들이 벌써부터 ''신(新)엔저 시대''를 내다보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처럼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아시아 국가들은 값싼 엔화 자금을 차입(yen-carry trading)해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수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우리의 경우 엔화가 10% 약세를 보이면 약 12억달러 정도의 수출감소 효과가 있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여타 아시아 통화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착시 효과''가 우려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나 원화는 약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성격이 강하다.

우려되는 것은 갈수록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빨라지고 있는 점이다.

결국 엔화 약세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통화가치의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환투기 대상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여러가지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도 그동안 논의차원에 그쳤던 단일통화 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