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구여권 선거지원과 관련,한나라당 강삼재 부총재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동의안 처리에 대한 실력저지를 천명하고 있는데다 여권도 동의안 처리 실패에 따른 부담 등을 감안,선뜻 표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현안인 체포동의안 처리여부에 대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했다.

총무단에 일임하는 형식으로 당론 결정을 유보한 것이다.

박상규 사무총장은 "동의안 처리여부에 대해 당론이 없다"고 했으며,김근태 최고위원은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국민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둘러 동의안 처리를 시도하기보다 일단 시간을 갖고 여론지지를 이끌어내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국 지구당에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국민 홍보전을 강화키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권이 이처럼 동의안 처리에 머뭇거리는 것은 동의안 처리 유보에 따른 여론의 비판보다 동의안 처리 실패로 인한 정국운영 부담이 훨씬 치명적이라는 내부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렵사리 장악했던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있는 것이다.

물론 동의안 처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의원 20여명이 외유중이고 이만섭 국회의장도 한나라당 소속 홍사덕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13일부터 26일까지 해외순방에 들어간다.

또 부시 미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의원 50여명이 출국한다.

게다가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을 받은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이 8명에 달해 표결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부담도 안고 있다.

실제 안기부 자금을 지원받은 상당수 여당 의원은 동의안 처리에 난색을 표하며 여권의 강공에 반발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인간적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료의원 체포라는 사안의 성격상 5표에 달하는 군소정당 및 무소속 표의 향배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여권의 의석이 1백35석으로 한나라당(1백33석)에 비해 2석이 많고 극한적인 여야대립으로 한나라당의 반란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범여권에서 일부만 이탈해도 동의안은 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동의안 표결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