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온통 찌푸린채다.

질척해진 눈밑으로 드러난 땅이 흉물스럽다.

대학로는 여전히 사람들로 부대낀다.

기분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다.

그의 과묵함도 유난히 신경쓰인다.

둘이 되면 "메아리"가 생겨 좋다는데 이 메아리는 좀처럼 돌아오는 법이 없다.

그가 앞장을 선다.

여전히 말이 없는 채다.

멈춰선 건물엔 "라이브 카페 틈 3층"이란 간판이 있다.

3층계단 끝에서 이름처럼 좁고 어두운 공간이 열린다.

틈속은 바깥과는 딴 세상이다.

앞쪽엔 오래된 LP(레코드판)들이 빽빽하게 꽂힌 벽장을 배경으로 작은 무대가 놓여있다.

천정에 달아맨 꼬마전구는 그럴듯한 조명이 된다.

그야말로 옛날식 라이브 카페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비트의 속도로 돌아가는 디지털 세계의 틈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세상.

한사람이 사회로 나선다.

"노래를 잘 부르는 손님에게 맥주 두병을 상으로 드립니다"

특별한 날 벌어지는 깜짝 이벤트란다.

그가 일어난다.

기타잡은 폼부터 불안하더니 노래역시 어설프다.

그래도 말주변보다는 노래솜씨가 나아보인다.

따뜻한 박수가 쏟아진다.

커다란 얼굴에 푸근한 웃음을 문 사나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틈"의 주인 아저씨 신용택씨(39).

와,정말 맥주 두병이 건네진다.

용기백배한 몇팀이 뒤따라 무대에 오른다.

이제부턴 "사장님"의 순서다.

신씨는 판도 여러장 냈던 "진짜"가수출신.

"틈"을 지키며 작은 라이브를 꾸려온지 7년째다.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아네.라라라라라라라라"

가수 송창식만큼이나 멋들어진 열창에 박수가 터져나온다.

눈을 감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노래하는 사람,거기에 박자를 맞추어 몸을 흔드는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 보인다.

틈안은 어느새 행복한 분위기로 흠뻑하다.

"다음엔 말야,둘이 연습해서 하자.듀엣이면 최소 네병은 주실꺼 아냐"그가 딱 한마디한다.

"대머리된다"

라이브는 매일밤 9시30분부터.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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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성균관 대학교 맞은편.

육교옆으로 난 소방도로에 바로 보이는 "김가네 김밥" 건너편 건물 3층.

(02)747-9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