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나 10만원권 등 고액권 지폐 발행이 또다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에 제출한 "고액권 화폐발행에 대한 업계의견" 건의서를 통해 국민경제 규모를 감안하거나 경기부양 효과 등을 따져 볼때 5만원권이나 10만원권 등 고액권 화폐를 조속히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98년 기준으로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의 연간 발행 및 폐기 규모는 12억2천만장이며 그 비용은 7천8백억원에 달했다"면서 "주요 선진국의 최고액권 가치는 평균 44만원이나 우리나라는 1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최고액권 화폐는 독일 1천마르크(80만원) 일본 1만엔(12만원) 미국 1백달러(12만원) 영국 50파운드(11만원) 등이며 대부분 지폐권종(종류)이 5∼8종에 이르고 있다.

대한상의는 고액권 화폐가 발행될 경우 자기앞수표의 발행 유통 보관에 따른 비용절감, 수표의 위.변조 방지, 수표의 주기적인 양식 교체에 따른 추가비용 절감, 수표 배서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대비해 재정 지출의 조기 집행과 소비 촉진을 위한 내수진작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런 정책수단의 하나로 5만원 또는 10만원권 화폐의 조기 발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8월 성인 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고액권 화폐 발행이 경기부양에 효과가 다소 있다(46.1%),효과가 매우 크다(12.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고액권 화폐를 발행할 경우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부패나 범죄자금이 유입되는 지하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부 출범초 고액권화폐 발행 여부가 이슈가 됐을 때 이미 고액권 화폐를 발행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액권 화폐를 발행한다고 해서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아니며 인플레 기대심리만 부추길 것"이라면서 "고액권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캐나다 정부의 경우도 1천캐나다달러를 넘어서는 고액화폐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고액화폐를 발행할 경우 탈세 돈세탁 마약매매 등 주로 현금으로 거래되는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인쇄 및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천달러화폐를 발행하다가 지난해 5월 이를 중단한 바 있다.

10만원권 지폐발행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자기앞수표 발행 비용절감과 경기부양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액권이 음성적으로 거래될 소지가 있는 한국적 풍토에서 대다수의 지지를 받기란 쉽지 않다.

정구학.강현철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