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바닥을 모르고 가치가 떨어지던 유로화 문제해결에 골머리를 앓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최근들어 미국경제 둔화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화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고유가 행진도 잦아들었다.

ECB의 물가안정 목표를 위협하던 쌍둥이 난제가 점차 풀리고 있는 셈이다.

또 유로존의 성장둔화조차도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ECB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많다.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향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ECB의 통화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ECB는 경제침체가 먼곳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호의적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특히 유로화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성장을 유지하고 디플레를 막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야할 것이다.

ECB는 최소한 세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ECB가 통화정책 시행방식을 시장과 언론에 알리는 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외부의 평론가들이 ECB의 의중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중을 읽는 것처럼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ECB와 각 회원국 중앙은행(NCB)들의 역할분담 문제다.

현재 통화정책은 ECB가 맡고 있으나 NCB들이 은행의 건전성 감독 등 중앙은행의 다른 업무들은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셋째는 여러 해 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논란을 빚고 있는 동구 및 중유럽 국가들의 유로화 가입 문제다.

이들 세가지중 가장 시급한 것은 첫번째 문제다.

ECB 6인 이사회의 일원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오트마 이싱은 "ECB 관측통들은 ECB가 일은 잘했으나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하는데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홍보차원 이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CB의 물가안정 목표는 2%였고 지난해 11월 물가상승률이 2.9%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고유가와 유로화 하락에 따른 것으로 ECB를 탓할 수 없는 것이었다.

통화정책은 보통 2년의 시차를 두고 시행되기 때문에 ECB가 처음으로 내린 금리관련 결정의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을 제외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아직 목표이내에 머물고 있다.

유로화 약세에 대해서도 ECB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빔 뒤젠베르크 총재가 주의 깊지 못한 언행으로 이를 부추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유로화에 불리했다.

FRB가 물가안정 목표를 정하지 않고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절대로 언론보도가 허용되는 브리핑을 하지 않는데 비해 뒤젠베르크 총재는 매달 한번씩 공식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차이점이다.

또 FRB는 시장의 기대를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아는 강력한 지도자 그린스펀 의장이 있지만 뒤젠베르크 총재는 상임이사 6명과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 12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의 중재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유로화 약세때 뒤젠베르크 총재가 이를 방치하겠다는 인상을 줬으나 집행위원회는 시장에 개입해 유로화 부양에 나서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방법의 하나로 집행위 의사록을 공개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지만 18명의 서로 다른 논리를 소개하다 보면 혼란만 초래할 문제점도 있다.

뒤젠베르크 총재 후임으로 내정됐던 프랑스 중앙은행 장 클로드 트리체 총재가 크레디 리요네은행 처리와 관련,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후임자 선정도 과제로 남아있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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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1월6일자에 실린 ''The European Central Bank''s challenges''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