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새해는 온갖 장밋빛 경제전망으로 맞이했었다.

1,000포인트가 넘는 주가는 앞으로도 천정부지로 오를 듯 보였다.

뜨겁게 달아 올랐던 코스닥 시장이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벤처회사들은 많은 국민에게 대박의 꿈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걱정거리가 있었다면 Y2K 정도가 고작이었다.

1년이 지난 올 새해에서 본 경제상황은 어떠한가.

주위의 모든 경제지표를 살펴 보아도 온통 우울한 전망 투성이다.

치솟았던 환율,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던 코스닥 시장,급격히 위축되는 소비 등은 1년 전과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우리 경제가 이러한 대혼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정책에 대원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의 대원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시장경제주의''가 바로 그 해답이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한해 많은 경제문제들을 일관성있는 시장논리에 의해 풀어간 것이 아니라,정치논리에 밀려 즉흥적인 인기 영합적 정책으로 풀어갔다.

정부는 지난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부실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도록 했다.

특히 현대전자 현대건설 쌍용양회 등 대기업의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중 80%를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나아가 이 인수물의 70%는 신용보증기금이,20%는 채권은행이 재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한번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대원칙의 일관성을 깨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의 경제 현안 중 가장 시급한 일이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국민적 합의다.

하지만 철저한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금융지원을 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은 4일자 3면에서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제목으로 이에 대한 해설기사를 실었다.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었다.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불가피성과 독자생존 능력이 의심스러운 기업의 회사채를 정부주도로 되사주는 것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외국기관의 경고를 균형 있게 다루었다.

독자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고 문제점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분석력이 돋보인 기사였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과연 지금 시장경제주의의 대원칙에 입각한 우리 경제의 급선무가 무엇인가를 분석한 기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업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주어 조금이라도 경기부양을 하고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우선인지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6일자 기사에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한국경제신문은 2개 면에 걸쳐 ''사채 강제할당 파문''이라는 기사와 함께 외국계가 대주주인 제일은행이 정부가 요청한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를 거부한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금감원의 입장과 제일은행의 입장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전문위원의 해설 기사를 실었다.

특히 제일은행의 수익성에 입각한 거부의사의 당연성을 강조했고,정책당국과 감독기관의 보다 겸허한 자세를 요구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우리 경제가 견지해야 할 시장경제주의라는 일관성있는 대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좋은 경제지로서의 그 역할이 돋보인 기사였다.

곽승준 < 고려대 경제학 교수 sjkwak@kuccnx.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