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소비시장에서 나타날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유통업태간 영역파괴가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간의 업태구분이 무너지면서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백화점 옷을 살 수 있고 할인점에서도 "백화점급"의 브랜드를 구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인터넷 인구의 폭발적 증가 등에 힘입어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함께 마케팅 기법의 향상과 더불어 CRM(고객관계관리)도 한층 활성화된다.

예컨대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미리 제시하는 방식의 마케팅이다.

CRM에 바탕을 둔 "일대일(원투원)마케팅"시대가 본격 개막되는 것이다.

올해 소비시장의 변화 양상을 짚어본다.

<>퓨전유통시대 열린다=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패션몰간의 업태파괴 또는 업태융합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홈플러스 안산점은 "백화점같은 할인점"의 대표적인 예.안산점은 어린이놀이시설 문화센터 가전수리코너 등을 갖추고 있어 시설이나 서비스면에서 백화점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대용량의 상품을 묶음방식으로 판매하는 등 판매상품과 방식은 지금까지의 할인점과 동일하다.

패션쇼핑몰 밀리오레 부산점도 재래시장 패션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밀리오레 부산점은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국내 유명브랜드 옷을 팔고 있다.

밀리오레 유종환 사장은 "올해 하반기중 할인점과 영화관을 추가로 입점시킬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렇게되면 부산점은 패션상품 구입은 물론 먹거리 즐길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몰"로 탈바꿈하게 된다.

롯데가 올해 개장할 예정인 "레몬" 슈퍼마켓 역시 할인점과 슈퍼마켓을 혼합한 "퓨전점포"다.

롯데는 레몬의 매장면적을 기존 슈퍼마켓보다 1백평 이상 크게 4백~5백평 규모로 할 예정이다.

이 정도라면 레몬슈퍼는 할인점이나 다름없다.

<>무점포시장의 부상=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과 같은 무점포 유통채널의 급부상도 주목할만하다.

인터넷쇼핑몰의 지난해 시장 규모는 6천억원 수준.올해는 1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인터넷쇼핑몰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터넷이용객이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수는 1천6백여만명.올해는 2천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직장여성을 중심으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여성 인터넷쇼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TV홈쇼핑시장 또한 30~40%의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CJ39쇼핑와 LG홈쇼핑은 각각 4천억원과 6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신규 TV홈쇼핑 채널이 탄생할 예정이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게끔 돼 있다.

<>CRM 강화=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성향을 분석하고 고객을 개인별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인 CRM이 활성화된다.

CRM을 이용하면 업체들은 인터넷상에 흩어져 있는 고객정보를 통합하고 각종 고객평가정보를 토대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에서 골프에 관한 정보를 찾는 소비자를 발견한 A업체는 CRM을 활용,해당 소비자에게 골프클럽 골프회원권 골프연습장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업체는 소비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일대일 마케팅을 펼치게 된다.

<>"메가컨셉샵"의 증가=90년대 패션유통은 백화점 입점매장인 20평 내외의 숍인숍(Shop in Shop)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2백~3백평 이상의 초대형 가두점포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추고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MSC(메가컨셉샵)이 패션시장의 새 강자로 떠 오를 전망이다.

현재 영업중인 MSC로는 후아유 아이겐포스트 쏘베이직 더팬 등을 들 수 있다.

후아유의 경우 점포당 일 평균 4천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후야유는 지난해 말 동대문점 명동점에 문을 연데 이어 올해에도 3~4개점을 추가로 낸다.

더구나 경기가 안좋을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시장가격대"에 "브랜드품질"을 갖춘 MSC는 올해 단연 두각0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명품바람 끝이 안 보인다=지난해부터 시작된 명품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소비양극화"현상이 지속되면서 값비싼 명품을 찾는 상류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백화점 업체들은 이같은 소비시장의 특성을 반영,백화점의 얼굴격인 1층매장을 샤넬 프라다 에뜨로 등의 명품매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재래시장 패션몰 역시 앞다퉈 명품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 프레야타운의 경우 최근 2백여평 규모의 세계명품관을 개장했다.

두산타워 밀리오레도 상반기중 명품매장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유통학회 최민성 이사는 "명품 시장은 올해에도 불황을 비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철규 기자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