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 SK생명 대표이사 wspark@sklife.com >

경진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의 시작을 ''밀레니엄''이란 단어와 함께 거창하고 화려하게 열었다면,새해는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게 맞이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길목에서 필자는 2000년을 ''화합 극복 변화''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싶다.

남북 정상회담,이산가족상봉이라는 한편의 드라마로 한반도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올해는 분명 화해의 시간이었다.

이런 화해의 단추를 잘 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우리 민족에게 큰 자긍심과 자신감을 안겨준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세계가 주목한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들 자력으로 이루어낸 것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 깊은 일이었다.

변화는 우리가 실천해 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단어다.

''대마불사''란 말을 무색하게 했던 대기업들의 연이은 부도와 체감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 마음 한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지만,이러한 고난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험과 같은 것이다.

금융기관간 합병,산업간 제휴의 확산,신기술개발과 퓨처산업 기반확대 등 선진국형 경제구조의 씨앗들이 곳곳에 뿌려짐으로써 21세기 한국경제의 화려한 부활이 잉태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큰 우를 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의 완성을 통해 우리가 처한 경제현실을 극복해 냈을 때만이 우리의 미래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며칠 뒤면 변함없는 제야의 종소리가 새해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매년 듣는 종소리건만 올해는 왠지 더욱 깊고 은은한 울림이 뒤따를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가 말한 문구가 가슴에 가득 차 있어서 때문일까.

''눈물 젖은 빵이 얼마나 딱딱하고 밤새워 흙을 파는 노동이 얼마나 고된 것인가를 스스로 경험해 보라.인생의 힘겨움을 경험한 사람만이 삶의 존귀함을 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얼마간의 고난이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그것이 곧 삶의 존귀함을 깨달은 우리가 2001년에 받아야 할 흥(興)과 복(福)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땅의 모든 가정에 이러한 축복이 골고루 돌아가길 새해 소망으로 준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