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19세기까지 서양미술사의 대부분은 성화(聖畵)가 차지한다.

그리스도교가 서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오늘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스도교는 특정 종교라기보다는 유럽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문명의 바다였다.

''명화로 읽는 성서''(고종희 지음, 한길아트, 2만5천원)는 성서 속에 담긴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들과 후원자, 그리고 이들의 작품에 대한 얘기다.

저자는 언뜻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성화의 진수를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간결한 언어로 펼쳐 놓는다.

그리스도교 미술이 피어난 고대 로마시대 지하묘지의 프레스코화에서부터 20세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당시 미술가들은 성화에 자신들의 고뇌와 열정,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았다.

종교화 본래의 목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엄격한 화가가 있었는가 하면, 종교의 이름을 빌려 세속적이고 심지어 에로틱하기까지 한 장면을 표현한 이도 있었다.

1428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마사초는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를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린다.

그 비밀은 심리 묘사와 정교한 명암법에 있다.

성서의 이야기를 가장 극적인 현실로 바꿔 놓은 화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레오나르도 이전에도 많은 화가들이 ''최후의 만찬''을 그렸지만 그의 그림에는 드라마가 있고 흥분이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는 예수의 발언에 집중된다.

레오나르도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스승의 말에 열두 제자가 각각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성화에 대한 설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상들에 숨겨진 의미와 그 기원을 밝혀 성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지은이는 이탈리아 국립 피사대 미술사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한양여대 일러스트레이션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