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 건설교통부 차관 k10182@moct.go.kr >

서울 지도를 보노라면 한강변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반포 서초 대치는 명실공히 서울의 중심이다.

70년대 신흥 주거지역으로 발돋움한 뒤 88올림픽을 전후하여 대대적 정비가 이루어졌고 널따란 테헤란로를 따라 형성된 금융과 벤처 빌딩들은 이제 뉴욕 맨해튼을 방불케 한다.

이들 지역이 언제 서울로 편입됐을까.

놀랍게도 지금 서울의 중심이 되고 있는 강남 주요지역들은 1963년에야 서울로 편입됐다.

그전까지는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의 작은 마을로서 ''춘향전''의 이몽룡이 장원급제하여 말 타고 지나던 풍광을 70년대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60년대만 해도 강북 4대문안에 국한됐던 서울은 70년대부터 바야흐로 강남시대를 맞이하고 올림픽을 전후로 강동지역이 개발되더니 90년에 들어선 대모산을 껑충 넘어 분당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됐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용인 수지 죽전까지 대규모 시가지가 생겼으니,비만 오면 장화 신고 다녔던 강남개발의 역사(役事)도 이젠 옛말이 된 기분이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판교(板橋)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해야 하느니 마느니 논란이 일고 있다.

판교는 원래 경기도 과천의 청계산 동쪽 끝자락에 붙어 있는 넓은 들판이란 뜻으로 본래 ''너드리''라 불렸던 곳이다.

이것이 다시 널다리 또는 널따리로 와전되어 불리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될 즈음 인터체인지를 만들면서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다 넓다는 뜻의 ''널''이 널빤지처럼 판판하다는 뜻의 판(板)으로,다리가 교(橋)로 둔갑하면서 판교라는 지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판교에 현대식 신도시가 개발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좀 더 여론을 들어보고 과학적인 분석과 검증을 거쳐 신중히 결론지어야겠지만,불과 40년만에 강북 4대문안에서 신갈인터체인지까지 훌쩍 내려와버린 수도권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옛 모습을 지켜내기에는 그 이름이 가진 운명이 심상치 않다.

지난 40년간 국토개발의 그늘에는 항상 부동산 투기라는 것이 따라다녔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투기라는 말이 사라진 이때,이제 이를 대신해서 환경과 보전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환경과 개발은 과연 양립할 수 있을까.

이제 판교가 그 해답을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