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은 현대자동차가 창사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은 한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11월 18일 정몽구(MK)-정몽헌(MH)형제가 화해하기까지 1년내내 피말리는 경영권 전쟁 끝에 계열분리를 이뤄냈고 외국업체와는 살을 섞지 않는다는 30년 역사의 원칙을 깨고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자본제휴를 성사시켰다.

그결과 현대자동차 그룹은 경영권 안정을 이루고 재계서열 4위로 발돋움했다.

다임러와의 제휴를 통해 세계적 제휴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 역량의 합리적인 결속과 극대화 등의 과제를 남긴 것도 분명하다.

또한 다임러와의 제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는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21세기 새로운 시작을 앞둔 현대자동차의 지상과제다.


2000년 6월26일.

현대 계동사옥 15층에서는 현대자동차 창사이래 손꼽을 만한 중요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몽구 회장과 이계안 사장 등 현대자동차 수뇌부와 디터제체 사장 등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영진이 참가한 가운데 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발표된 것이다.

그동안 세계 자동차 업계의 제휴 과정에서 소외됐던 현대자동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통해 그 흐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현대는 외국기업과는 자본제휴를 하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을 버리고 21세기 생존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제휴협상 진행과정=양사의 제휴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기에 대해 김동진 상용차 담당 사장은 "연초부터 협상해왔다"고 말했다.

세계적 업체와 제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자동차 인수 파트너를 구해야 했던 현대는 다임러크라이슬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협상에는 이계안 사장과 김동진 상용차 담당 사장 등이 깊숙히 개입했고 다임러에 경영권을 넘긴 미쓰비시자동차의 가와소에 가쓰히코 사장이 매개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현대가 다임러를 파트너로 택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다임러는 소형차 생산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현대가 주도권을 쥘수 있는 분야가 분명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개발하고 있던 월드카인 "TB"카는 현대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다음은 미쓰비시의 역할이다.

미쓰비시는 현대자동차와 20여년간 기술제휴를 맺어 왔다.

현대를 잘아는 미쓰비시가 초기단계에서 다임러와의 협상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사의 제휴추진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3월경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5월초 현대자동차는 3사간 월드카 공동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대해 다임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 월드카 파문이 일어났다.

사실상 3사의 공동개발이 굳어지고 있었지만 다임러는 직접 현대와 접촉한 점이 없다는 점과 현대와의 주식가격 협상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발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의 쟁점은 다임러의 지분율과 대우자동차 인수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문제와 관련,다임러는 현대에 20%를 요구했다.

현대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부담때문에 다임러를 설득,10%를 3자배정 방식으로 주고 추후 현대정공과 정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이하로 인수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타결지었다.

대우자동차 인수에 대한 부담을 느낀 다임러는 일단 가격을 높게 쓰지 않는 조건 등을 내걸고 대우자동차 공동인수에 참가하게 됐다.


<>현황 및 전망=양사의 제휴는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 10% 인수,상용차 합작법인 설립,월드카 공동개발,대우자동차 공동인수 등 4개항으로 이뤄졌다.

이중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은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과 월드카 공동개발.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건은 다임러가 실사를 마치고 가격 등에 대한 막바지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 전주공장과 기아 광주공장의 2.5톤 이상 부문을 모두 합작법인으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현대는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용차부문 세계 1위인 다임러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기반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임러도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양사의 합작성사는 목전에 와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내년초 본계약을 체결하고 2월중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양사의 제휴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현대 관계자는 "상용차 합작법인이 성사되면 공동 플랫폼 개발과 금융사업의 확대 방안 등 광범위한 협력방안에 대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