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를 선언한 고어 후보의 2004년 대권 재도전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어가 진흙탕싸움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원활한 정권이양을 지연시킨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총 득표수에서 33만여표나 부시를 앞섰다는 점에서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어가 지난달 8일 부시에게 승리축하 전화를 걸 때만 해도 그의 깨끗한 이미지로 인해 재도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였다.

하지만 고어가 ''기회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치격언에 따라 갈데까지 가보자는 ''벼랑끝 전략''을 택함으로써 그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고어의 법정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당도 날개 떨어진 그에게 큰 미련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입지가 약화될 것이 분명한 고어가 대권욕심이 있다 해도 차기 ''후보지명''관문을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고어가 차기 대권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그의 득표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톰 대술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최근 "4년 후에는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이번 선거의 패자가 차기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역사상 총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진 사례는 존 퀸시 애덤스,러더퍼드 헤이스,벤저민 해리슨 등 3명으로 이들은 모두 다음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고어의 재도전 여부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야망,부시행정부의 공과 등과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2002년 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