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현안이 제때 해결되지 못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정상화도 늦어지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대응할 경우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이 보고서는 앞으로 수년간 기업파산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으로서는 내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또 "정부가 현대건설을 돕기 위해 현대자동차 등 대주주의 친족기업들을 동원한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개혁정신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현대차소그룹은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자동차주식을 사들여 계열분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며 ?경영권을 강화하고 주가도 방어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기업논리를 따른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S&P는 그러나 "현대건설의 경우 내년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빚이 올해보다 훨씬 많은 4조2천억원"이라며 "정부가 다시 현대자동차의 도움을 요청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한국정부가 금융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 등의 조치를 준비중이지만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최근의 신용경색은 은행과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경향은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실기업들이 법정관리나 해외매각 등으로 처리되고 재벌의 비핵심자산이 처분되면 기업에 대한 신용이 다시 높아지고 재무상태도 건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S&P는 현대건설 문제, 공적자금 추가 투입 및 기업 자금난 등 다양한 현안이 노출됨에 따라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