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최고위원 퇴진주장으로 촉발된 민주당 내분사태가 외형상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분란중지'' 당부에 따라 당사자들이 더 이상의 확전을 피하면서 당의 단합을 모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위원을 옹호하는 ''친권파''와 권 위원의 퇴진을 주장하는 ''반권파''의 당쇄신 해법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한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측을 중심으로 한 당의 분화현상이 심화돼 여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당과 청와대, 정부의 중요 포스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책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동교동계 내부 갈등, 당내 역학구도 그리고 신.구그룹간의 힘겨루기 등 복잡한 변수 등과 맞물려 나타났다는 점에서 당정개편 등 향후 정치일정 여하에 따라 또다른 형태의 갈등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 갈등 미봉 =사태의 중심에 선 당사자들은 7일 더이상 내분양상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은후 당의 단합을 합창했다.

''김심(金心, 김 대통령 의중)''에 호응, 일단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서영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을 책임진 소수여당으로서 일치 단결해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요청했다.

권 위원도 ''당의 단합을 호소한다''는 성명을 발표, "정동영 위원의 충정은 이해하며 한화갑 위원과도 갈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양측간 갈등의 불씨와 앙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정 위원 말이 원칙에 맞지 않는다"(권 위원), "소신과 충정에 변함이 없다"(정 위원)는 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음모론''을 둘러싼 신경전도 가시지 않고 있다.

게다가 김근태 위원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책론을 제기했다.

''반권파'' 초선들도 측근정치의 폐혜를 지적하는 입장을 고수했고 80여명의 ''친권파'' 부위원장들은 이날 정 위원을 강력히 성토했다.

◆ 드러난 당내 역학구도 =이번 사태로 당내 역학구도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권 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 구주류와 권 위원의 지원을 받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친권파''를 형성한 반면 개혁성향 초.재선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화갑 김근태 정동영 최고위원이 ''반권파''로 부상했다.

양측이 정면충돌로 치달았던 이유도 정치적 이해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반권파''가 총체적 위기상황 타개라는 명분을 내세워 권 위원을 낙마시킴으로써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을 깔았다면 ''친권파''는 정반대의 이해관계로 총반격을 가했던 것이다.

''친권파''에는 김옥두 총장을 비롯해 김영배 안동선 이훈평 윤철상 조재환 김방림 의원 등 동교동 구주류와 이용삼 원유철 이희규 문석호 의원 등 충청과 수도권의 이인제 위원 계보가 중심세력이다.

''반권파''는 문희상 설훈 조성준 장성민 의원 등 동교동계와 개혁성이 강한 초.재선그룹이 중심이다.

이재창.김남국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