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문예진흥기금 모금 등 모두 8개의 각종 부담금을 오는 2002년부터 폐지키로 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준조세 부담을 줄여달라는 재계의 건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도 준조세 정비방침을 수차례에 걸쳐 천명한바 있다. 그러나 그 실적은 미미했고,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왔던 것이 그간의 경과라면 경과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각종 부담금폐지 약속을 환영하면서도 과연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벌써부터 이해당사자들이 폐지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고,특히 관련 법규 개정을 거쳐 시행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더욱 그같은 우려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기획예산처는 우선 어떠한 경우에도 이번에 약속한 부담금 폐지가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에 발표한 8개의 부담금 폐지로 기업활동과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준조세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존치가 필요하다고 판정된 부담금 가운데에도 유사한 취지로 중복 부과하거나 과도한 부담률을 설정한 경우가 있고, 조세와 중복되는 부담금 등도 상당부분 남아 있다.

따라서 조세성격이 강한 부담금은 조세로 전환함으로써 징수 관리의 투명화를 꾀하되 그렇지않은 부담금은 과감히 폐지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정부 각 부처는 현안이 불거지면 재정사업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보다 기업 또는 국민들에게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선호해왔던게 사실이다.

기존 부담금의 정비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설 억제라는 얘기다. 기획예산처가 내년중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건 그같은 정책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기대해볼만 하다.

그러나 법정 부담금보다 폐해가 크고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각종 명목의 기부금과 성금이다.

기업들이 실제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같은 관변단체 또는 사회단체의 비자발적인 기부금품 모집행위가 아닌가 싶다.

정부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 등을 통해 엄격한 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비자발적인 모집행위는 근절시켜야 마땅하다.

기획예산처가 준조세를 정비하려고 나선 이상 좀더 과감한 수술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