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만남이 이뤄진 1일 서울 롯데월드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이산가족들이 반세기 생이별의 아픔을 메우려는 듯 갖가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평양을 찾은 김덕희(88)할머니는 자신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하면서도 간염을 앓고 있는 북의 외손자 김인춘(45)에게 "빨리 나아라"며 간염약을 두손에 꼭 쥐어주었다.

북측 방문단의 홍응표(64) 평양 직물거래소 지배인은 누나 양순(74)씨에게 옷감을 선물로 전했으며 평양 예술대학 강좌장인 김재홍(68)씨도 자신의 뒤를 이어 미술을 전공한 아들의 작품 몇 점을 준비해 왔다.

북측 리종원(71)씨의 동생 종균(61)씨는 "이제 큰형이 부모님 제사를 모시지요"라며 부모님의 영정사진을 전했다.

또 성묘를 원하는 형을 위해 경기도 마석의 부모님 산소의 사진을 찍어왔다.

북측 홍세완(69)씨를 만난 노모 박천례(85)씨도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라며 영정과 제수용품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족보 가족사진 손목시계 금반지 의약품 화장품 등도 선물로 오갔다.

한편 북측 림현식(68)씨의 동생 윤식(65)씨는 15돈쭝짜리 금목걸이를 전하려 했지만 형님이 한사코 사양해 결국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를 뽑아 형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또 북측의 황영호(77)씨는 여동생 영철(66)씨가 준비해온 오리털파카와 골덴바지 등을 "북측에도 다 있다"면서 거절했다.

한편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남의 가족들에게 백두산 들쭉술 2병 등이 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선물세트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석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