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왜 이제 왔어"

"그래,그래….나 여기 왔다"

1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호텔.북한 어문학계의 권위자인 김영황(69)김일성종합대 교수는 몇분 늦게 숙소를 찾은 누나 옥인(81)씨에게 어리광 섞인 원망의 말투를 섞어가며 손을 번쩍 흔들어 보였다.

칠순의 동생과 함께 손을 들어보이는 팔순의 누나는 벌써 50년전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누나 빨리 이리 앉아봐.누나 주려고 이번에 내가 직접 만들어 온 거야"

새색시처럼 곱게 화장하고 정갈한 옷차림으로 나타난 누나 옥인씨를 비롯 탁자에 오순도순 둘러앉은 쌍둥이 동생 영우(63)·영철(63)씨,형수 이성숙(74)씨와 큰 조카 우현(52)씨의 시선이 김 교수가 정성스레 준비해온 사진첩에 쏠렸다.

"이게 내 백일 사진,이거는 돌사진,여기서부터는 집 떠나서야" "이게 결혼식 사진이고 이거는 대학 영예사진,이게 내 색시 환갑사진,얘들은 내 손자 손녀구…"

일일이 부연설명을 덧붙인 사진 한장한장이 넘어갈 때마다 누나 옥인씨는 함께 하지 못한 동생의 반평생 삶의 흔적을 조금씩 더듬으며 탄식을 연발했다.

쌍둥이 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돋보기 안경을 가까이 들이댔다.

동생을 주름진 노인으로 만들어 버린 세월이 무상하다는 듯 누나의 감회는 애절하기만 하다.

어제 만났던 뒤라 분위기는 한결 진정돼 있었다.

"이 사진속 내 뒤에 있는 책들은 지난 91년 당시 내가 저술한 책들이야.그후로 10년동안 펴낸 책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아"

북한에서 손꼽히는 어문학자인 김 교수는 어제에 이어 목에 박사메달을 매단 채 우리나라 고대사 및 언어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냈다.

''고구려 중심의 조선말을 정립하는 박사논문으로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힘주어 말하는 김 교수가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는 듯 가족들은 흐뭇한 눈길로 바라볼 뿐이었다.

김 교수는 예순돌상과 지난 8월의 생일상 장면을 담아둔 비디오테이프도 ''깜짝''선물로 가지고 왔다.

그러나 비디오 재생시스템이 맞지 않아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