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의 곳곳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경제 엔진인 미국 경제는 경착륙 우려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중남미 국가들은 국가부도 일보직전이다.

일본경제는 회복세가 불투명하고 유럽경제도 성장세가 꺾였다.

97∼98년 세계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남겼던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경제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우등생이라는 대만까지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불안한 세계경제를 국가별로 집중 분석한다.

대만경제가 단단히 독감에 걸렸다.

최근에는 ''내년 2월 경제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시장개입이 낳은 금융기관의 부실과 정정불안으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만경제의 추락은 이제 아시아 주변국들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물론 1천1백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 덕분에 환란의 우려가 없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만발(發) 세계금융위기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주가·환율 불안=24일 현재 타이베이증시의 가권지수는 5,419.99로 연초대비 38% 하락한 상태다.

지난 2월17일의 연중 최고치(10,202.2)보다는 48%나 떨어졌다.

대만달러화 가치도 지난주말 달러당 32.873대만달러로 연초보다 4.7% 하락했다.

대만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중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뛰기 시작했다.

정국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든 것이 화근이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취소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집권 6개월째의 천수이볜 총통은 탄핵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에다 금융권의 부실채권은 경제위기설을 몰고 왔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맞춰 금융기관들이 섬유 철강 건설업체 등에 무분별하게 여신을 늘린 것이 위기설의 발단이 됐다.

대만정부는 부실여신 규모를 전체여신의 4.5%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를 15%로 추산하는 등 시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결산 마감시한인 내년 2월 부실규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대만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주 대만정부의 증시부양책 발표와 의회의 금융구조조정법 통과로 주가와 통화가치는 지난주말 크게 올랐다.

◆완연한 경기둔화조짐=경제성장률은 아직 높다.

3·4분기에 6.4% 성장하는 등 올해 6.5%의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23%로 전망되는 수출 신장세에 힘입은 것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HSBC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5%로 떨어지고 2002년에는 4%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하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경제 둔화로 인한 수출부진 가시화와 주가급락에 따른 파장 등이 본격화될 이번 4·4분기부터 성장률이 곤두박질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 실업률은 90년대 평균치(2%)보다 크게 높은 3.2%로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0월중 공장주문(수출분)은 전월대비 4.5% 감소하는 등 경기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만 자산운용사인 프레지던트 인베스트먼트는 "대만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한 상태이며 부실금융기관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정국안정 여부가 위기극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