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여성 과학자 제인 구달(66).

스물 여섯살에 아프리카로 건너간 뒤 40년 외길 인생을 살아온 침팬지들의 어머니.

그의 자서전 ''희망의 이유''(박순영 옮김,궁리출판사)가 나왔습니다.

책갈피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와 함께 아프리카의 초원지대를 산책합니다.

환갑이 넘은 할머니지만 아직도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군요.

따뜻한 미소도 여전합니다.

그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다는 이야기부터 들려줍니다.

새들이 누가 더 높이 날 수 있는지 겨루는 우화인데,힘센 독수리는 당연히 자신이 이기리라 확신했지요.

다른 새들을 지나쳐 더 이상 높이 날 수 없는 데까지 날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독수리 등깃털 속에 숨어 있던 작은 굴뚝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놀라운 얘기지요.

그는 자신을 ''독수리 등뒤에 숨어 있는 존재''였다고 표현했습니다.

1957년 케냐에서 저명한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와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 그는 1965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그의 학력은 고졸.

돈이 없어 대학에 갈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의 독보적인 연구업적은 어떤 학위로도 부족합니다.

그는 침팬지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그가 제일 아끼던 침팬지는 ''플로''라는 암컷이었지요.

"플로가 아기(새끼)를 낳고 그 아기를 내가 만지도록 허락했을 때 그녀가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죠"

가장 슬펐을 때는 플로가 죽었을 때.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해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플로가 죽자 런던타임스에 부고가 났습니다.

야생동물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죠.

그는 침팬지를 연구하며 항상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침팬지들의 싸움을 보면서 인간만이 의도적으로 다른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종이라고 낙담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른 어떤 생물보다 본능을 조절할 능력이 있는 게 인간이라며 희망을 찾기도 했답니다.

브룬디에서 종족간 싸움으로 대량 학살이 일어났을 때나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에서 연구하던 학생 네명이 납치됐을 때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희망의 이유''가 책 전체에 담겨 있습니다.

그는 희망을 잃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운동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희망 때문이지요.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엔 어려웠죠.전쟁 직후였고 대학에 갈만큼 부자도 아니었으며 더구나 아프리카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말씀해주시더군요.

네가 진정으로 원하고 노력한다면 기회는 주어질 것이므로 포기하지 말아라"

그와의 산책을 마치고 마지막 책장을 빠져나오면서 새삼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제인 구달과 산책하는 것은 간디와 산책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지를 말입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